 | | 신철 作 ‘향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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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갯벌 아래 숨구멍이 있다. 들숨, 날숨을 쉬며 들썩이는 갯벌을 보노라면 생명의 신비가 느껴진다. 어른이 돼 청산도 고향 바닷가를 떠나왔다. 떠나온 바닷가, 그 갯벌에 아직 생명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숨구멍은 갯벌에만 있지 않다.
화실 주변의 산골에서 종종 발견되는 것들이 있다. 겨울 끝자락에서 뜰에 비춰진 온기서린 햇볕이 그것이다. 햇볕을 쪼이며 내 그림자를 내려다 보고 있을라치면 땅을 밀고 올라오는 봄기운을 마주한다. 그것 역시 생명의 기운이다. 바닷가 숨구멍에서 토해내던 생명의 움직임과 같다. 땅에서의 부풀거림은 바닷가 작은 조개나 게들의 숨구멍같이 봉긋봉긋 부풀어 올라오는 모양새와 비슷하다. 그토록 신비스러울 수가 없다. 꽁꽁 얼어붙었던 땅들이 녹으면서 식물들의 숨구멍을 만들어 대지를 온통 설레게 한다. 그래서 미처 제 색깔로도 갖춰지지 않는 연두 빛으로 슬그머니 그 무거운 땅을 밀어내며 봄기운을 가늠하게 한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도 봄의 생명력으로,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노래했으면 좋겠다. 이 어려운 시기에 자연만큼의 따스함이 새로운 희망으로 다독거려졌으면 좋겠다.
봄은 이렇게 그대를 통해서 나를 보는 것이다. 사람은 자연을 버려도 자연은 결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봄볕 아래서 갯벌의 숨구멍을 떠올리며 우리 희망을 꿈꾼다.
<경기 양평에서 화가 신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