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민자 첫 개인전 ‘줄탁동시’展…15일까지 북구청 갤러리 “매 순간이 수행”…깨달음 향한 여정 담다 부처·불교미술 작품 등 30여점 선봬 최명진 기자

2022년 04월 03일(일) 18:44

“첫 전시를 갖게 돼 아직도 꿈꾸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소중한 기회와 인연들로 그간의 그림들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제 그림이 수행자로서의 내면을 드러내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화가 김민자의 개인전 ‘줄탁동시’(啐啄同時)가 4일부터 15일까지 광주 북구청갤러리, 19일부터 5월13일까지 영광산림박물관에서 잇따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대학 시절 그렸던 작품을 비롯해 부처를 주제로 한 불교미술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영향으로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작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 결혼 이후 불교에 입문했으며 자식들을 키우고 난 뒤 50살이 넘어 호남대 미술학과에 편입, 본격적인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습작은 해왔지만 작품 활동은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시작했습니다. 자식보다 어린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는 그 시간들은 참 감회가 새로웠죠. 호남회화연구소 석주 박종석 선생님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배움의 꿈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전시 주제인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도와 쪼는 것을 의미한다. 김 작가에게 석주 선생이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한 것.

이런 인연이 닿아 작가는 문인화를 지속적으로 배우며 2019년 석주 선생을 중심으로 모인 석림회 제5회 수묵화전에 동참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갔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한 번 붓을 잡고 작업을 시작하면 날 새는 줄도 모르고 몰입하곤 했어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그런 뜨거운 열정 덕분이었을까요. 사는 곳인 영광에서 광주까지 그림 배우러 다니면서도 힘들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매 주마다 며칠씩 화실에 들러 공부하면서 실기를 단련하며 불교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전시 대표작인 ‘행선(行禪) 길을 나서다’는 120호의 거대한 작품이다.

‘행선(行禪) 길을 나서다’

수행자가 부처님을 향한 깨달음으로 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왼편으로는 부처의 얼굴이 화면 중앙에는 연꽃이 자리잡고 있다. 작가의 마음 속에서 자연스레 떠오른 것들을 작품에 투영해낸 것이다.

진홍색 바탕에 금분으로 칠해진 부처님상의 형상을 그려낸 작품 ‘고요’나 인자한 미소의 반가사유상을 그려낸 작품 ‘즉견여래’에서도 작가의 이러한 지향점을 찾아볼 수 있다.

‘즉견여래’(卽見如來)

각기 다르게 보이지만 그의 그림이 말하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 속 부처의 세계, 곧 해탈과 열반의 경지를 향한 쉼 없는 노력이다.

작가는 앞으로도 매 순간이 수행의 길임을 느끼며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그림 작업에 임하려 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평소에 느껴온 것들을 여러가지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수행자가 첫 발걸음을 떼는 것과 같이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부지런히 정진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