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 박태후 초대전…12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 생동하는 봄, 캔버스로 떠나는 설레는 봄나들이 최명진 기자

2022년 04월 04일(월) 19:18

박태후 作 ‘자연 속으로’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너른 대지와 한 폭의 화선지에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담아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오는 12일까지 문인화가 시원(枾園) 박태후 초대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역미술 활성화를 위한 지역작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작가의 신작을 비롯한 대형 작품 5점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긴 한국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자연은 생(生)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존재이자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소재다.

‘문인화가’, ‘대지 예술가’, ‘조경가’ 등 작가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 이는 작가의 과거 경험과도 연결돼있다.

화가의 길에 들어서기 전 작가는 농촌지도소에서 조경 업무를 맡아 일찍이 자연과 함께 상생해왔다. 이 시기의 경험은 작가가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계기이자 작품의 근간을 세우는 탄탄한 토대 역할을 했다.

작가가 50년 간 나무와 꽃을 심으며 일궈낸 ‘죽설헌’(竹雪軒)은 그의 작업실이자 거대한 대지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나주 금천면에 자리한 작은 숲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간직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한국식 정원이다.

작가에게 정원 가꾸는 일은 곧 나무와 꽃을 매체 삼아 대지라는 캔버스를 아름답게 수놓는 일이다.

그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추구하는데, 이러한 작가의 자연관은 작품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화선지와 먹, 붓 그리고 약간의 색채만을 이용해 작업하는 작가는 생명을 움트게 하는 기(氣)의 원천을 먹의 번짐과 색채의 맑고 투명한 스밈으로 표현한다.

자연과 공존하는 작가의 삶의 가치관은 ‘자연 속으로’라는 통일된 명제와 작품 속 과감한 여백에서 느낄 수 있다.

무리해서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무위자연의 삶 속에서 작가는 예술의 가치를 자각하고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새로운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봄이 찾아옴과 동시에 자연스레 자라난 고매(古梅) 군락을 먹으로 표현한 신작은 관객들이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광주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생동하는 봄을 맞아 화가의 정원이라 불리는 죽설헌의 풍경과 그 속에서 흐르고 있는 자연의 시간을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이 주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무와 꽃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색채와 향기를 가슴 속 깊이 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