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개정교육과정(안) 이대로 괜찮은가? / 최장현 |
| 2022년 04월 04일(월) 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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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따르면 고등학교 사회 일반선택 과목은 현재 9개에서 4개로 줄어든다. 사회 일반선택은 기존 9과목(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에서 ‘세계시민과 지리’, ‘세계사’, ‘사회와 문화’, ‘현대사회와 윤리’ 등 4개 과목으로 축소된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수능 범위에 포함되는 일반선택 과목 수를 적정화하고, 진로와 연계된 진로·융합 선택과목을 많이 늘리는 방향으로 교과목 체계를 개편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육부의 선택과목 조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합리적이지도, 미래사회를 대비한 교육이념에도 부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수능 사회탐구 과목을 일반선택으로 한정한 현 입시 체제대로라면 정치·경제·법 관련 과목은 수능에서 제외된다. 이번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대학입시는 2028학년도부터이며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발표는 2024년도 2월로 예정되어있다. 교육부 말대로라면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서도 이들 과목이 수능 과목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과목은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중요한 과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과목을 일반선택에서 진로선택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은 청소년들에 대한 시민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최근의 16세 이상 정당가입 허용, 18세 이상 선거권·피선거권 부여 등 청소년의 정치참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민주시민교육, 인간적 가치 등에 대한 보편적 교육은 시대적 요구이며 그 어느 때 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최근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서도 미래사회를 위해 시민·인성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2025년에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에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안은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을 2015 개정 교육과정보다 제한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9개의 사회탐구과목 중에서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2 개정 교육과정안에서는 정치, 경제, 법 관련 과목이 빠진 4개의 일반선택과목 중에서만 수능과목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실질적 선택권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로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탐구과목간 과목수를 재구조화 하기 위해 사회탐구도 9과목에서 과학탐구와 같이 4과목으로 축소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탐구와 사회탐구는 교과의 특성이 같지 않으므로 과목수를 동일하게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과목을 없앤 것이 아니라 진로선택으로 이동했을 뿐이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은 수능과목 해당여부, 평가방법, 선택 학생 수 등 그 차원이 다르다.
네 번째로 사회문화, 정치와 법, 경제 과목 중 사회문화를 일반선택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과목을 진로선택으로 배치한 이유에 대해, 이들 과목중에서 사회문화를 수능에서 가장 많이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하고 있다. 물론, 9개의 사회탐구 과목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과목은 ‘생활과 윤리’ 그리고 ‘사회문화’이다.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 과목을 우선적으로 일반선택에 배치하는 것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사회문화’나 ‘생활과 윤리’를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수능등급 획득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그 과목이실생활에 꼭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중요해서가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교육과정은 모름지기 시장원리에 의해 재구조화되어서는 안된다.
사회탐구 과목 9개를 4개로 축소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실질적인 과목선택권을 제한하는 2022 개정교육과정안은 교육의 이념을 망각하고 시장원리에 의해 나눠먹기식으로 재단하려는 것이며, 이는 실용주의를 빙자한 우민화 정책과 다름없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교육의 이념이 무엇인지가 미래 사회를 대비한 교육과정 개정의 원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