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 교육정치 플랫폼에서 시민정치의 꽃을 피우자 / 하정호 |
 | | 하정호 국가교육회의 지역특위 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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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1일 기업 경쟁력을 가로막는 3대 분야로 노동, 환경과 함께 ‘교육’을 꼽았다. 아마도 기업이 대학을 인수해서 자신들이 투자한 만큼 인력을 가져다 쓸 수 있어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의 정책협의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왔던 교육개혁 정책 대부분을 이전으로 되돌릴 것처럼 얘기 나눴다. 올해 마무리짓기로 한 교육과정 개정도 재검토하고 2025년에 전면 실시하기로 한 고교학점제도 유보하며, 자사고와 외고도 없애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 하는 문제를 없애자고 입법한 국가교육위원회가 7월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이 또한 순항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배가 급격히 진로를 바꾸려 들면 승객들이 불안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후 혁신교육지구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려 들면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방선거 이후 이런 갈등이 전국에서 벌어지면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내걸고 정부와 맞서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 역대 정부들이 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는 공약을 내걸었던가. 여야를 떠나 공론장에서 사회적 타협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오랜 시간이 들고 그 효과도 더디게 나타나지만 국가의 향배와 각 개인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 만큼 특정 정치세력과 기업의 요구대로만 교육정책을 만들 수 없다. 우리가 열린 교육정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0.73% 차이로 승패가 갈린 이번 선거는 정치실패의 전형을 보여준다. 양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질서가 이미 다원화된 우리 사회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결로 치달았다. ‘정권교체’ 세력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국민들은 ‘정치교체’를 염원했다. 세대와 남녀, 지역과 빈부를 가르는 승자독식 정치를 끝내는, 대화와 토론이 있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바랐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시민단체들조차 계파정치의 술수에 동원되기 때문이다. 하향식 계파공천이 있는 정당에서는 대통령이 당을 장악해 국회를 동원하면 국회의 대립과 파행을 피할 수 없다. 정당 내 다수계파는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고 시민단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여야 갈등을 부추긴다. 교육은 그런 좋은 먹잇감이다. 시민단체가 그런 낡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지역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를 만들어 달마다 ‘정담회’에서 교육의제들을 토론해온 순천의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자기 입맛에 맞는 몇 명의 위원들로만 구성된 협의회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린 공론장에서 매달 모여 교육문제를 시민들과 이야기하자. 정담회에는 시의원, 구의원, 교육청과 시청의 관계자도 참여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정책에도 반영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정담회에 보고해 왔다. 우리사회에 뿌리박힌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문화를 혁파하고 풀뿌리에서부터 합의제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다.
정당정치가 성숙해갈수록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치적 다원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교육단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가 어렵다. 사표방지를 이유로 특정정당을 지지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 그러니 현 상황에서는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풀뿌리 교육자치의 성숙을 공동목표로 내걸고 제 정당과 정부, 교육단체가 열린 교육정치 플랫폼에서 만나야 한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논쟁하면서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을 합의해가는 시민민주주의를 구현해 보자. 제 정당과 사회단체 안에 뿌리박힌 권위주의를 일소해 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향식 계파공천에서부터 국회의 대립과 파행이 빚어지는 만큼 상향식 공천과정에도 참여하고, 선거 시기에는 제 정당과 후보의 정책 공약을 비교 홍보하며, 국회의 입법과정에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 마을과 학교, 지역 정치에서부터 일상적으로 합의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이 주도하는 평생학습사회로 나아가자. 선거 때가 되면 정책요구안을 제시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데 그쳤던 교육시민운동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