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사용 규제 실효성 없는 정책” 볼멘소리 식품접객업 매장 일회용품 규제 현장 가보니… 코로나 불안감 일회용품 선호·인력 축소 매장 일손부족 불만 ‘종이컵은 규제 제외’ 플라스틱컵에 종이컵 씌운 편법도 연출 오복 기자

2022년 04월 04일(월) 20:14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다 인력난으로 인해 실효성없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시행된 일회용 사용 규제에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은 적용되지 않아 일부 매장에서는 플라스틱컵을 종이컵에 담아주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4월부터는 전국 카페 및 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내에서는 일회용 제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번 규제는 일회용 컵과 접시·용기, 포크·수저·나이프 등 일회용 식기, 일회용 나무젓가락 및 이쑤시개, 일회용 비닐 식탁보 등 18개 품목에 적용된다. 카페 내에서 음료를 마시려면 플라스틱 컵이 아닌 머그잔에 받아야 한다.

다만 환경부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과태료 부과 등 단속 대신 지도와 안내 중심의 계도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선 매장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감으로 다회용컵에 거부감을 표하는가 하면, 그동안 인력을 축소한 매장들의 경우 일손부족 등의 이유로 시기상조 규제라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소재 한 커피숍.

이곳은 1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주문과 음료 조제 등을 혼자 도맡아 해야하는 탓에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전원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상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지키지 않는 셈이다.

커피숍 운영자 A씨는 “손님들에게 일회용품 사용 억제를 당부드리고 있지만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특히 홀로 운영하고 있는 현실속에 이를 일일이 지키기가 사실 힘들다”고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남구 소재 커피숍에서도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이용객으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생 B씨는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컵을 안내하고 있지만 5분만 앉아 있다가 바로 나가겠다는 손님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다회용컵에 음료를 받은 손님이 나가면서 다시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아주라고 요청한다”며 “점심시간에는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 이같은 규제를 지키는다는 것이 쉽지 않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종이컵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컵에 담아주는 커피숍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환경부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으로 된 빨대, 젓는 막대 등은 11월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 품목에 추가되고, 그전까지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C씨는 “홀더 대신 아이스음료를 종이컵에 담아주는 것은 사실 규제를 피한 꼼수다”며 “종이컵은 가능하다는 점을 노려 플라스틱 컵을 가리기 위해 많이들 그렇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시 등 일선 지자체에서는 환경부 공문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 규제 등 홍보활동은 이어가지만 난감해 한 모습이 역력했다.

광주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영업제한 등으로 자영업자 분들의 경영 어려움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계도 활동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현장에서 실랑이도 벌어지는 등 민원도 빗발쳐 환경부 지침대로 계도기간은 안내 활동 정도로 각 구청에서 계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 규제는 당초 생활쓰레기 저감을 목적으로 2018년 8월 처음 시행됐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가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이달 1일 재개됐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당분간 단속보다 안내 중심의 계도 활동에 집중할 방침이다. 코로나19 경계 단계가 낮아지는 시점부터 다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단 입장이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