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파랑길 56코스(여수 구간)

쪽빛 바다, 점점이 박힌 섬…가막만 바라보며 화양반도를 걷다

2022년 04월 05일(화) 19:42
굴구지포구 방파제에서 바라본 가막만이 더없이 아름답다. 여수반도와 돌산도, 화태도, 월호도, 개도, 제도, 백야도로 둘러싸인 가막만은 거대한 호수 같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들이 어울린 풍경에 점점이 떠 있는 배들이 화룡점정을 이뤄 예쁜 그림이 된다.
겨우내 인고의 세월을 견딘 생명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연둣빛 물감이 온 대지에 뿌려졌다. 애타게 기다리던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꽃동산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의 마음도 신록으로, 꽃으로 피어났다. 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벚꽃 응원을 받으며 여수로 향한다.

오늘은 여수반도에서 남쪽으로 뻗어나간 화양반도 동쪽 바닷가를 걸을 참이다. 남파랑길 56코스다. 남파랑길 55코스가 여수시내와 인접한 바닷가를 걷는 길이라면 56코스는 가막만을 끼고 있는 농어촌지역을 통과하는 길이다.

여수시 소호동에 위치한 소호요트장은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 때 이곳에서 요트경기가 개최되기도 했다. 소호요트장에서는 요트는 물론 제트스키, 수상스키, 윈드서핑 같은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소호요트장 선착장에 정박돼 있는 범선 한 척이 눈길을 끈다. 국내 유일의 대형 범선(엔진 겸용)인 ‘코리아나호’는 1983년 네덜란드에서 건조돼 중남미 카리브해에서 활동하던 마약조직 소유의 배였다. 이 배는 1995년 한국에 들어와 여수 모 조선소에서 수리 중 경매를 통해 현 소유주에게 팔려 여수소호요트장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다. 범선은 길이 41m, 너비 7m, 135t 규모로 탑승인원 77명이다.
소호요트경기장 범선 주변에 옅은 안개가 끼어 있어 선박의 고풍스러움이 돋보인다.

범선 주변에 옅은 안개가 끼어 있어 선박의 고풍스러움이 돋보인다.

여수의 진산 구봉산과 돌산도 경도 같은 섬들이 안개에 살짝 뒤덮여 신비감을 자아낸다. 여수반도와 돌산도 사이에는 넓은 만이 형성돼 있는데, 이를 가막만이라 부른다.

길은 해변도로 옆 인도를 따라 이어진다.

해변 인도는 자전거도로로 이용되고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로도 이용된다. 길을 걷고 있는데 해무 위로 살짝 고개를 내민 돌산도가 바다 건너에서 손짓하고, 가막만에 떠 있는 작은 배들이 잔잔한 바다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준다.

뒤돌아보면 여수웅천지구 아파트들과 구봉산 장군산 고락산 같은 산들이 가막만과 어울려있다. 산에 기대고 바다를 마당삼은 여수는 그 모습이 아름답고 평화롭다.

산과 바다로 대표되는 자연은 사람들이 힘들거나 어려울 때 말없이 위로해주고 포근하게 감싸준다. 자연은 만물의 어머니다.

길은 송소마을 선착장을 지나 경사진 길을 올라 화양면으로 통하는 도로를 따른다. 도로 주변 밭에서는 봄 향기가 물씬 풍긴다. 도로 아래쪽 바닷가에 용주마을이 고즈넉하게 자리를 잡았다. 푸릇푸릇한 밭 아래로 가막만이 펼쳐진다. 가막만에 떠 있는 금죽도 소죽도 초도 같은 작은 무인도들이 고막껍질을 업어놓은 것 같다.

잠시 도로 갓길을 걷다가 용주마을 골목길로 들어선다.

용주마을은 가막만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하여 안온하다. 용주포구에는 꽤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용주포구 옆으로 고내포구가 자리하고 있다. 용주마을과 고내마을은 연결되어 있어 한 마을처럼 보인다.
용주포구에는 꽤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용주포구 옆으로 고내포구가 자리하고 있다.

화양면소재지에 도착하니 면사무소를 비롯한 관공서와 상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앞바다에는 죽도라 불리는 조그마한 섬이 떠 있고, 그 뒤로 가막만이 넓게 펼쳐진다. 화양면소재지를 벗어나 옛 도로를 따라서간다. 2020년 이곳에 4차선 도로가 확장됨에 따라 마을을 도는 시내버스를 제외하고 옛 도로는 차량통행이 거의 없다. 짧은 터널이 있는 소장동고개를 넘어 소장리 마을로 들어선다. 소장마을은 바다에서 약간 떨어진 소박한 농촌마을이다.

소장리마을회관 옆 담장에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지휘 하에 왜군을 물리치는 해군의 모습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우리는 소장리마을을 등지고 굴구지로 가는 한적한 도로를 따라서 간다. 굴구지고개에 이르자 다시 바다가 바라보인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굴구지마을에 도착했다. 굴구지는 집 몇 채 안 되는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굴구지포구 방파제에서 바라본 가막만이 더없이 아름답다. 여수반도와 돌산도 화태도 월호도 개도 제도 백야도로 둘러싸인 가막만은 거대한 호수 같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들이 어울린 풍경에 점점이 떠 있는 배들이 화룡점정을 이뤄 예쁜 그림이 됐다. 아름다운 가막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까지 아름답고 평화로워진다.

굴구지해변 옆으로 낮은 산줄기가 가막만으로 구불구불 뻗어간다. 바다로 길게 뻗어간 곶에 여수챌린지파크관광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몇 년 후에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굴구지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잠시 임도를 따라 걷다가 소장천 둑방길을 만난다. 여수챌린지파크관광단지가 들어설 가늘고 길게 뻗은 산줄기와 육지 깊숙이 들어온 만이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변을 이뤘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길은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 좋다. 강줄기처럼 좁은 바다 너머로 넓은 가막만과 돌산도가 예쁘게 다가온다. 섬과 육지에 둘러싸인 가막만이 평온하다. 안포마을 포구에는 고기잡이 어선 몇 척이 조업 나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안포해변을 등지고 내륙으로 들어서자 안포마을과 주변의 농경지들이 농촌풍경을 이루고 있다.

남파랑길 가까이 곡선미 넘치는 한옥 한 채가 보이고 한옥 앞쪽에 부채꼴 모양을 한 거대한 느티나무 고목이 수백 년 세월을 지키고 서 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목과 한옥이 깊이를 더해준다.

산비탈 옛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시야가 넓게 트이면서 가막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수시내를 감싸고 있는 구봉산 등 여러 산봉우리들과 고층건물들은 물론 붕긋붕긋 솟은 돌산도, 작은 무인도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멀리 경남 남해도의 산봉우리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전망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펜션이나 카페가 들어서있다.

이제 우리는 자동차 1대 정도 다닐 수 있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길은 구불구불하고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도 있어 걷는 재미가 더해진다. 높지 않은 해변 고갯마루에 있는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마음에 여백을 가져다준다.

차분하게 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길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서니 굴개포구와 함께 몇 가구 안 되는 민가가 봄을 즐기고 있다. 굴개포구 앞바다에는 목도라는 작은 섬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 원포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그림처럼 펼쳐진 가막만과 돌산도를 바라본다.

바다와 섬, 산과 마을이 어울린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편안하다. 그래서 자연에 파묻히고 싶어지는가 보다.

<장갑수·여행작가>
▶남파랑길 56코스는 여수시내 외곽에서 시작해 여수시 화양면 해변을 따라 가막만과 돌산도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길을 걷다보면 반농반어 생활을 하는 해변마을을 만나게 되고, 바다와 섬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이 가슴에 와 닿는다.
▶코스 : 소호요트경기장 버스정류장→송소마을→용주마을→화양면행정복지센터→소장마을→굴구지→드메르펜션→원포 버스정류장
※거리, 소요시간 : 14.7㎞, 4시간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소호요트경기장 시내버스정류장(여수시 소호로 392)

※여행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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