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보건의 날…의료 현장 ‘간호법 제정’ 이견 팽팽 간협 “전문인력 확보” vs 의협·간무협 “의료인 근무환경 개선” 신규 간호사 1년 내 절반 이직…숙련 인력 부족·환자 안전 우려 강승희 기자

2022년 04월 06일(수) 20:34

7일로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의 종사자를 격려하기 위한 ‘보건의 날’을 맞았지만 의료 현장의 처우 개선은 요원한 가운데 ‘간호법 제정’을 두고 간호사·의사·간호조무사 등 의료진들이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간호법 제정으로 전문화·세분화된 간호인력을 확보해 국민 건강에 기여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간호사에게 편향된 법이라며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인 근무환경 개선 정책이 시급하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간협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간호사 면허 소지자’ 는 총 46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임상 활동 간호사는 24만여명으로 이직 경험률은 73%에 달한다. 신규 간호사 이직률은 45.5%로 1년 내 절반 가까이 이직한 셈이다.

높은 이직률은 인력 부족으로 이어졌다. 2019년 기준 인구 1천명당 OECD 평균 간호사 수는 8.9명이나 한국의 경우 3.8명으로 절반 이하의 수준인 탓에 턱없이 부족한 수의 간호사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 탓에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기관, 산업체, 학교, 기업 등 전문간호사의 활동 영역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숙련된 간호사의 빈자리를 신규 간호사가 채우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며 환자의 안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그렇기에 간협은 숙련된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려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조속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또 의료진 간 역할이 명시돼야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는 ‘업무 떠맞기’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간협에서 지난해 5월에 실시한 ‘중소병원 교대근무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만4천280명 가운데 66.2%가 일부 의사 업무까지 하도록 요구받았다.

그렇지만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가 대신해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현재 의료법에서는 간호사를 보호해줄 수 있는 법이 없어 간호협은 이들을 보호할 법안 마련을 소원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광주시간호사회 김숙정 회장은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은 일주일 만에 20만명 이상 동의했다. 이는 국민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며 “정책과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고 사명감과 헌신만을 요구하는 악순환을 바꿔야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의협과 간무협은 간호법이 면허제 근간의 현행 보건의료체계에 혼란을 야기, 타 직종의 업무영역 침탈 및 위상 약화 등 문제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의사회 박유환 회장은 “간호사 처우개선은 필요하지만 간호단독법이 답이 될 수는 없다”며 “최근 의협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 사기 진작’을 요청했다. 각 보건의료직역이 힘을 모아야 하며 실질적 처우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간호조무사협회 광주전남회 윤남숙 사무처장은 “선진국에서도 제정된 간호법 개정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호사법이 아니므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면서 “간협이 전문대를 통한 간호조무사 양성·법정단체 인정 요구를 수용한다면 뜻을 함께할 용의가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현재까지 간협과 간무협의 의견 조율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각각 간호법 제정 찬성과 반대 입장 표명 시위를 진행하고 있어 논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간호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간호사의 업무범위 명확화 ▲5년마다 간호종합계획 수립·3년마다 실태조사 ▲환자의 안전을 위해 적정한 간호사 확보·배치 ▲간호사의 근로조건, 임금 등 처우 개선에 관한 기본지침 제정·재원 확보 방안 마련 ▲간호사의 신체·정신적 고통 등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교육 의무 부과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강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