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광주 명성 되찾을 교육감 만드는 언론이 되길 / 박남기

2022년 04월 11일(월) 19:40

박남기 광주교대 前총장 본보 독자권익위원장

광주교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무렵, 대구교육청의 초청을 받아 교육청 모든 직원과 교장 및 학교운영위원 대상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거대한 3층짜리 대공연장을 이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원래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강단에 서자 당시교육감 직무대행이던 부교육감이 갑자기, 대구가 광주보다 못하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공부라며, 광주가 공부 잘하는 비법을 전수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광주는 전국적으로 공부 잘하는 도시,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적은 도시, 부모들이 교육을 위해 오고 싶은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그 이후 대구는 ‘교육수도’라는 상표권을 등록하고, 학생들의 역량 제고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적극 지원하여 실력을 인정받는 도시가 되었고, 광주는 대구에 비해 실력이 뒤지고, 사교육비는 많이 드는 도시로 알려지게 되었다. 광주교육계에게는 나의 이러한 발언이 아주 불편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광주교육계가 시행한 정책과 교육의 결과 ‘진보교육의 역설’ 현상이 나타났다. 진보집단은 주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집행한다. 그런데 그 결과 가난한 집 아이들의 기초학력은 더욱 떨어지게 되었고, 소득계층간 교육격차 또한 더욱 커지게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의 받아쓰기 금지,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금지 등의 여러 정책들은 배움에서 학교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부모의 배경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진보의 의도와 달리 부유한 계층의 자녀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교육 결과가 나타난 것이 바로 ‘진보교육의 역설’이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광주매일은 광주의 미래를 좌우할 교육감 선거에도 큰 관심을 갖기 바란다. 후보들이 실력광주의 명성을 되찾고, 광주교육의 미래를 열어줄 수 있도록 이끌고, 후보들의 역량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지속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물론 실력광주라는 미명하에 학생들의 학습흥미나 열정을 떨어뜨리는 과거형 교육으로 돌아가는 후보가 광주교육을 맡게 해서도 안 된다. 진보교육계가 추진해온 ‘가고 싶은 학교, 재미있는 학교’가 본래의 의미를 되찾도록 해줄 후보를 찾아야 한다. 급식이 맛있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으며, 공부를 적게 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면, 이는 ‘가고 싶은 학교’가 아니라 ‘가고 싶은 놀이터’이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그 결과 배움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커져서 학교에 가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재미있는 학교’가 추구할 바이다.

광주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고, 교육의 미래는 교육감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런데 7개의 투표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민들의 교육감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광주의 미래를 위해서는 시장 못지않게 교육감도 중요함을 시민들이 깨닫도록 이끌고, 교육감 후보들의 역량과 정책에 관심을 갖도록 언론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각종 지방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소속 정당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선거와 달리 교육감 선거는 당과 무관하게 개인의 역량만 보고 뽑을 수 있는 유일한 선거이다. 따라서 투표로 뽑힌 인물에 대해 다른 변명을 할 여지가 없다. 교육감 후보의 인품과 역량, 그리고 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은 광주가 더 살만한 땅으로 바뀌는 데 초석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한 시민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 광주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