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불신 자초하는 광주 동구의 늑장행정

2022년 04월 12일(화) 19:56

광주광역시 동구가 늑장 행정으로 말썽을 빚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데다 담당자의 개인사정으로 조치가 늦어졌다는 궁색한 해명이다. 애꿎은 주민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 본보 취재 결과, 1972년도 건립된 2층 건물은 지난해 5월부터 리모델링 시공에 들어갔는데 올해 1월 인도 침범, 건축선 위반(증축), 판넬지붕 교체(무단대수선)를 이유로 불법건축물 관리대장에 올랐다. 문제는 민원이 제기된 후 최대 일주일 뒤 사전통지가 이뤄지고 시정이 안 될 경우 30일 후 1차 명령이 들어가는 절차와 다르게 수개월 뒤에야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실제 민원인은 지난해 6월 불법건축물 고충처리민원을 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 동구 건축과 관계자가 현장을 찾아 점검했지만 그 뿐이었다. 10월께는 커피숍 인허가까지 받고 현재도 영업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구는 이 과정에서 불법증축의 시정과 경미한 부분의 경우 민원인과 원만한 조정을 권유해 봐주기식 조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동구는 담당직원이 장기병가를 내는 바람에 올 1월 불법건축물에 등재됐다면서 면적 철거, 커피숍 영업정지 등 추후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물주는 애초에 불법증축인지 알았다면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행정에 따른 유무형의 피해가 적지 않아 보인다. 동구는 뒤늦게 바로잡겠다고 하나이해하기 힘들다. 인력 부족이라는 핑계로 대충 넘어가는 식 아닌가 말이다. 책임 회피성이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행정기관의 업무처리 지연에 대한 문제는 한 두해의 일이 아니다.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는 현실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래서 변화와 혁신의 요구가 높아지는 즈음이다. 갈등 요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해야 한다. 민원에는 지체없이 대응하고 조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궁극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주민의 일상을 온전히 지켜야 하는 것이 공복의 도리다. ‘위민행정’이라 했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낮은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 동구가 두고두고 되새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