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역할 ‘문화 천국’에 도달하기를… / 최철

2022년 04월 17일(일) 19:55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

문화예술은 우리가 쌓아온 역사 유산 중 혼이 담긴, 특별함이 내재 되어 있는, 시대정신의 산물들을 이야기한다. 광주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잉태했던 문화공장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곳은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문화 도구와 소재가 풍부한 문화 천국이다.

문화 천국에 사는 광주인들은 인생의 희로애락의 매개체인 문화와 만나면서 과연 행복한가? 감동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 너무 의아할 것이다. 그렇다 문화 천국이 될 수 있는 이곳은 시성(詩聖) 단테의 『신곡』에서 말하는 ‘지옥’의 입구에 서 있는 듯하다. 단테가 이야기하는 ‘슬픈 시작’에 이어 ‘행복한 결말’ 중 광주는 지금 어디만큼 와 있을까? 슬픔과 분노가 가득했던 광주의 역사, 시대의 아픔을 이기고 올곧은 세상을 위해 외침을 마다했던 광주는 아직도 ‘슬픈 시작’에서 몇 발짝 움직였는가?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를 단테가 말하는 ‘천국’으로 인도할 지도자가 누구일까? 단테를 ‘지옥’과 ‘연옥’에 안내하고 이후 ‘천국’에 다다르게 했던 그의 철학적 사고의 스승인 ‘베르질리우스’와 같은 현자는 우리에게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 이 지역의 시정을 이끌었던 정책입안자들은 과연 광주를 찬란한 문화 천국으로 안내했을까? 아니면 ‘지옥’에 머무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나 위선자 ‘카탈라노’와 같았을까?

전주는 맛의 도시, 영화의 도시, 소리의 도시이다. 관광은 이제 목포다. 영화는 부산이다. 순천은 정원 도시이다. 여수는 해양 관광지로 전라도의 으뜸이다. 과연 광주는?

광주는 ‘미디아트 창의 도시’이다. 허울만 있는, 산업과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엉뚱한 광주 브랜드 메이킹은 이 외에도 한둘이 아니다. 중국에서 지식인들과 문화예술인들, 그리고 분서갱유를 했던 암울한 문화대혁명 시기, 이러한 비극을 이끌었던 독재자를 찬양한 ‘마오쩌둥 서사시 20편’을 작곡한 프로파간다 예술가 ‘정율성’을 위대한 음악가로 칭송하며 광주의 대표적 오류 축제로 만들어간 ‘정율성 축제’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광주는 맛의 도시이다. 광주는 한류 영화가 시작된 출발점의 역사를 지닌 도시이다. 광주는 국립공원 무등산과 더불어 국악 등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산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철학가와 시인, 그리고 민족 지도자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유산이 넘치는 곳이다. 유명한 예술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울고 웃겼던 사람들이 이곳 출신이다. 지금의 한류를 있게 한 김대중의 자산과 민주화의 성지로 자타가 공인하는 도시이다.

역대 광주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방대한 문화자산을 가지고 무얼 했나?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여 타 도시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문화산업 프로젝트를 넘겨준 이러한 치적에 우리 유권자들은 심판했나?

경제적 업적도 좋다. 산업기반시설 확충과 AI를 비롯한 다양한 미래 지향적 산업에 관한 관심도 좋다. 하지만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민을 위한 문화 향유는? 산업 경제에 관한 관심과 더불어 조금만 문화를 생각하고 시민들의 문화 향유와 문화경쟁력 향상에 지원과 정책을 과감히 펼쳤더라면 과연 광주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광주 사람들과 찾아오는 손님에게 ‘문화 천국’의 흥을 공유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감동과 행복으로 넘쳐나는 ‘컬쳐 레저블시티’가 되지 않았을까?

필자는 마을과 골목마다, 우리가 사는 주변에 ‘흥’이 넘치길 바란다. 아름다운 천해환경과 우리의 얼이 버무려진 광주가 세계 속의 문화 광주로 거듭나길 소원한다. 늦지 않았다. 많은 실수를 해왔기에 이제 우리의 손으로 뽑은 문화시장과 함께 오류의 전철을 밟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가 문화지도자가 파리를 세계적인 문화 수도로 만들었던 것처럼 광주가 세계적인 문화 리더 도시로 출발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