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주기]목포 신항·진도 팽목항 가보니 “노란 리본·추모 글귀 색 바래고 지워져도 잊혀지지 않길” 미수습자 사진·녹슨 세월호 선체…전국서 추모 행렬 펄럭이는 깃발 앞에서 기도·묵념 “잊지 않고 기억할게” 안재영 기자

2022년 04월 17일(일) 20:27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추모하고 진상규명 촉구 및 기억·다짐 행사가 광주와 전남 곳곳에서 펼쳐졌다. 지난 16일 세월호가 거치돼 있는 목포신항(사진 上)과 진도 팽목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안재영 기자

“(리본) 바래져 가는 글귀야 어쩔 수 없다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큼은 잊혀지지 않고 남아있었으면 하네요.”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오전 목포 신항의 추모 분위기는 기억식 이전부터 고조돼 있었다.

신항 입구에 걸려 있는 미수습자 5명의 사진 앞에서부터 시작된 시민들의 추모 행렬은 곳곳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펜스 사이로 녹슨 세월호를 바라보며 긴 생각에 잠겼고, 나부끼는 노란 리본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시든 꽃과 녹슨 조형물, 희미해진 추모 문구 등을 보며 추모객들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나간 세월에 무상함을 드러냈다.

오후 1시부터 시민들은 신분증을 제시한 뒤 신항 내부에 들어섰다.

입구 바로 옆에 게시된 희생자들의 사진과 불그스름한 선체를 바라보며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그날의 참사를 떠올렸다.

두 자녀와 함께 광주에서 온 서모(58)씨는 “8년 전 고등학생 딸의 수학여행을 앞두고 참사가 발생해 정말 남 일 같지 않다”며 “딸과 동갑내기인 어린 학생들의 죽음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잊혀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녀 서모(24·여)씨도 “당시 오전 수업 도중 갑자기 선생님께서 TV를 틀어 보게 된 사고 뉴스가 아직도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며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전원구조라는 소식이 오보였다는 게 무엇보다 충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매년 이맘때가 되면 친구들과 ‘우리였을 수도 있다’고 떠올리곤 한다”며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이 편히 눈 감을 수 있도록 밝혀지지 않은 그날의 진실이 하루라도 빨리 규명됐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이날 진도 팽목항에서도 시민들의 추모는 이어졌다.

녹이 슨 철제 난간에 걸린 리본과 펄럭이는 깃발에는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평안을 소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추모객들은 이를 바라보며 기도와 묵념 등 각자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또 세월호 추모 벤치 앞에 준비해 온 음료와 과자를 두며 ‘오랜만이야. 미안해’라고 짧게 읊조리기도 했다.

사고 당시 어린 학생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성년이 됐을 학생들을 위해 캔맥주와 소주를 두고 간 추모객들도 있었다.

방파제 끝까지 빼곡하게 걸린 현수막들에는 ‘8년 전 그날, 기억합니다’, ‘우리는 4월16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등 남은 이들이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책임자 처벌이라는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안산에서 내려온 김모(48)씨는 “매년 안산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 팽목항을 찾았다”며 “8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는 잊어서도, 잊혀져서도 안 된다. 시민 한 사람으로써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 까지 기억하고 함께 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세월호 발생 이후 8년째 매년 4월이면 팽목항을 찾는다는 시민단체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힘 민들레’ 관계자는 “정부가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우리 후손들이 안전하게,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