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빛 작가 ‘긴긴_밤’展… 5월1일까지 담양 영티스트 갤러리 혼돈의 시대, 멈춤 속 나타난 빛나는 열정 최명진 기자

2022년 04월 18일(월) 19:37

박한빛 作 ‘Put distance(거리두기)’

예술가에게 있어 작품 활동과 생계 활동은 끊임없는 고민이며 때로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도 꿈을 향한 열망 하나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청년작가의 첫 개인전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

오는 5월1일까지 담양 영티스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박한빛 작가의 개인전 ‘긴긴_밤’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상태와 현상을 조형의 요소로 보고 실험적인 회화작업에 몰두한다.

그의 작업은 캔버스를 향초로 태우고 종이를 포개어 붙이는 ‘배접’으로 이뤄진다. 색채 시 발색을 선명하게 하고 작품을 견고하게 한다.

더욱이 한지에 끊임없이 덧칠하며 중첩되는 점과 선을 나타내는 반복적 행위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추상화 경향인 단색화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전시 ‘긴긴_밤’에서 선보이는 20여 점의 작품들은 신안의 염전 물 위로 비친 밤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그는 변함없는 자연과 함께 염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통해 특별함을 갈망하는 것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AI기반의 디지털 소비시대, 인류가 마주한 혼돈의 시대에 맞서 전통적 개념인 수공예적, 수작업의 가치가 잘 드러나는 수행적 방식을 선택해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작품명은 모두 ‘Put distance(거리두기)’다. 이 역시 염전의 조형성에서 영감을 받았다. 일정한 사각형 속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는 염전. 효율적인 소금 생산을 위해 각각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는 모습은 마치 팬데믹 상황에서의 거리두기와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하루 빨리 종식되길 기원하는 바람을 담았다.

박한빛 작가는 “화면 안의 작은 사각형은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로 일정한 공간에 갇힌 현대인을 의미한다”며 “각자의 모습을 통해 작은 사각형을 이루듯 우리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각자의 일상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은 사회·경제 등 현대사회를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면서 혼돈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멈춤을 통해 그동안 잠시 접어뒀던 꿈을 실현시키는 시점으로 작용했다”며 “저 역시 마찬가지다. 제 작품이 전시 관람객에겐 색다른 희망을, 후배 예술인들에겐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기를 응원하는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한빛 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길을 묻다(2022)’를 비롯해 금봉미술관 ‘ART 나눔 소품전’, 북구청갤러리 ‘작지만 빛나고 있어’, 광주문화예술회관 ‘다른 표현 같은열정’, 갤러리나인 ‘한 우물만 파기엔 너무 목말라서’, 전일빌딩 ‘무등, 광주를 품다’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