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탑승 ‘고난의 연속’…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요원’ 20일 ‘장애인의 날’…저상버스 탑승 동행 취재 유일 탑승 의사 표현 수단 어플마저 ‘오류’…市 “이미 폐기된 어플” 사람 붐비는 출·퇴근 땐 이용 못 해…“왜 이 시간에 타냐” 핍박도 김다인 기자

2022년 04월 19일(화) 20:39

장애인의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광주 동구 금남로 4가 한 승강장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A(25)씨가 버스기사의 도움을 받아 저상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저상버스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장애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제도·설비 개선이 우선돼야 합니다.”

최근 장애인의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의 신체적 특수성을 감안한 교통수단 이용 배려가 그들의 주장이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광주지역 장애인과 대중교통수단을 탑승해 동행 취재해보니, 불편함은 적지 않았다.

지난 18일 광주 동구 금남로 4가. 장애인 A(25)씨는 지하철 역에서 내려 버스정류소로 이동해 저상버스 탑승 준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인근 도로 공사로 인해 튀어나온 보도블록과 좁은 도로에 설치된 홍보 판넬, 움푹 파인 도로 때문에 A씨는 휠체어 멈춰 세우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금남로4가 인도 공사로 인해 휠체어의 이동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김다인기자

우여곡절 끝에 정류소에 도착한 A씨는 버스도착안내전광판을 통해 15분 뒤에 ‘저상버스’가 도착하다는 사실을 확인, 탑승을 위해 장애인 전용 버스 어플을 실행해 예약을 시도했지만 정작 어플 화면엔 ‘예약 가능한 저상버스가 없다’는 문구만 나타났다.

몇 번을 더 시도했지만 예약이 안 된 탓에 결국 A씨는 버스가 멀리서 보일 때부터 양 손을 머리 위로 흔드는 등 탑승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야만 했다.

현재 장애인이 저상버스 탑승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어플을 통한 예약’ 뿐이다. 하지만 광주시에 문의한 결과 해당 어플은 장애인이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 시에서 유지보수가 어려워 이미 폐기된 어플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는 시에서 운영하는 웹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버스가 도착한 후에도 난관은 계속됐다. 버스 탑승을 위한 리프트가 내려오지 않아 동행인이 버스기사에게 리프트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고 “왜 예약하지 않았냐”는 볼멘소리를 들은 뒤에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버스에 탑승한 후에도 요금 지불 과정에서 또 진땀을 빼야 했다. 요금지불단말기가 운전석 옆 하나만 존재하는 탓에 맨 앞좌석까지 이동해야 했던 것.

A씨는 “평소에도 버스 탑승객 혹은 기사에게 도움을 청해야만 요금을 낼 수 있다”며 “장애인이 탑승 시 이용하는 뒷문에는 하차 단말기만 설치돼 있어 매번 이렇게 요금조차 어렵게 내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요금을 납부한 뒤 전용 좌석에 착석하는 것 역시 어려웠다.

휠체어가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선 장애인 전용 의자 두 개를 접어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승객이 앉아있을 경우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청해야 했다.

휠체어가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선 장애인 전용 좌석 두개를 접어야 한다. / 김다인기자

A씨는 “만석인 버스를 타면 여분의 좌석도 없고 자리가 좁아져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다”며 “애초에 출·퇴근 시간 등 사람들로 붐비는 시간대 탑승은 엄두도 낼 수 없다”고 전했다.

이것도 모자라 A씨는 퇴근시간에 버스를 이용했던 당시 ‘왜 이 시간에 타냐’는 핍박을 들었던 설움을 읊조렸다.

오래 기다렸던 버스가 도착했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틈이 없어 “다음 차를 이용하라”는 말에 눈앞에서 버스를 보내고 40분을 더 기다려야 했던 경험도 토로했다.

이날 휠체어는 버스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채 출발했다. A씨는 탑승 내내 반복되는 급정거 상황에서 좌측 손잡이를 꽉 붙잡고 있었다.

버스에 올라탄 A씨가 좌측 손잡이를 붙잡고 있다. 장애인 휠체어 안전띠 착용이 법으로 강제되지 않아 늘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 /김다인기자

A씨는 “지금껏 버스를 타면서 안전띠를 착용해 본 적이 손에 꼽는다. 법적으로 정해진 의무가 없어 장애인을 태우기만 할 뿐, 어떠한 안전 조치를 더해주지 않는다”며 “전동휠체어의 경우 그나마 괜찮지만 일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저상버스 탑승의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또 하나의 이동수단을 빼앗긴 느낌이 든다. 당연하게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당연하게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이동권을 보장받고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휠체어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다른 이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저상버스 운전자 역시 장애인 탑승에 대한 숙지가 안돼 있는 등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광주시 저상버스는 전체 101개 노선 중 38개 노선, 전체 시내버스 999대 중 303대가 운행 중에 있다. 광주시는 지난 12일 저상버스 45대 도입, 무장애 정류소 확충 방안 등을 밝혔다.

광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편의 제공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부분에 있어서 운전자 교육을 통해 이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