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 개인전 ‘운운하다’…6월12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구름·마음으로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상처·치유·행간·환기 4개 키워드…‘마음산책’ 연작 선봬 최명진 기자

2022년 04월 20일(수) 19:38

“예술은 우리 머리 위에 구름처럼 떠 있고, 마음도 늘 곁에 존재합니다. 마치 공기처럼요. 이번 전시를 통해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 속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구름 작가’로 널리 알려진 강운 작가가 내면의 성찰과 치유를 주제로 하는 개인전을 갖고 있다.

오는 6월12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7-8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지원 사업’과 연계한 전시다. 지역 작가 육성과 지역 문화 발전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전시 제목은 ‘운운하다’로 무언가를 운운하는 사람의 입김이 마치 구름을 닮았다는 발상에서 착안했다. 작가가 모티브로 삼는 ‘구름’과 ‘마음’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는 6월12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강운 개인전 ‘운운하다’ 전시 전경 <작가 제공>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대표작인 ‘공기의 꿈’ 작품 일부와 함께 새로운 ‘마음산책’ 연작을 중심으로 색면추상 작품 3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상처-반려기억’, ‘치유-쓰고 지우기’, ‘행간-시각적 촉각’, ‘환기-마음 읽기’ 4가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작가에게 ‘반려기억’이란 감정과 비슷한 것으로 무의식 속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기억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순간 튀어나오는 일종의 트라우마라 할 수 있다.

‘마음산책’ 시리즈는 아내와의 사별 이후 경험한 우울, 슬픈 감정들을 이겨내기 위해 나눈 부녀지간 대화에서부터 비롯됐다.

‘마음산책-자산어보 대화’

‘마음산책-영원한 햇살’

“딸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다시 들으며 타이핑 작업을 했어요. 그리고 아픈 반려기억이 담긴 글을 캔버스에 옮겨 적으며 내면의 상처가 점점 치유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캔버스에 글을 쓰고 색을 덮어 지우는 행위를 계속 반복함으로써 자신만의 치유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사랑, 이별, 죽음, 운명 등 추상적 개념부터 5·18, IMF, 코로나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준 사건들에 대한 심정이 작품 안에 반영됐다.

공감각적 상상력을 돋보이게 하는 ‘시각적 촉감’ 또한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감상자의 눈이 곧 손이 돼 캔버스 표면을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켜켜이 쌓인 물감의 겹과 반복된 필사로 생긴 오돌토돌한 질감이 돋보인다.

“구름이 지나간 빈 공간을 마음의 스펙트럼으로 구현하는 작업입니다. 텅 빈 캔버스에 말 못할 삶의 흔적이나 질문들을 쓰고 지우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치유의 여백을 제시하는 거죠.”

이렇듯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속 상처받기 쉬운 인간이라는 존재의 내면을 살피고 자연을 통해 그 마음을 대변하고자 한다.

전시 기획을 맡은 한서우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구름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하길 바라는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몸’을 주제로 하는 리움 미술관 순회전과도 어우러져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위드코로나 시대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과 방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