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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깊은 상처, 심리를 방역하라

본사 부회장

2022년 04월 20일(수) 19:52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600만 명을 넘었다. 확진자 급증에 따라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로인해 병원과 요양시설은 현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화장장도 시설 부족으로 난리를 겪고 있다. 일부 유족은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7일장까지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깊은 한이 남았다고 말한다. 선화장 후장례 원칙 때문에 그 누구도 고인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가족들이 제대로 된 장례절차로 고인을 모시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린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는 공식 통계로 60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워싱턴대 연구팀은 지난 3월, 공식기록의 3배가 넘는 1820만 명을 코로나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로 집계했다. 오미크론 유행 이후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자연사 중에서도 코로나 감염자가 많다는 사실이 이해 가는 대목이다.

질병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어쩔수 없는 고통이지만 너무 가혹하다. 살아있지만 감염후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은 확진자, 확진사망자 가족,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으며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의 죽음, 어쩌면 모든 국민이 코로나트라우마를 앓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1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다는 비율은 2021년 3월 9.7%에서 12월엔 13.6%로, 40%가 늘었다. 또 5명 중 1명이 우울 위험으로 나타났다.

역병의시대, 역병의 고통은 깊고 넓게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기침과 호흡곤란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격리가 해제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는데도 갖가지 이상 증상을 호소한다. ‘롱 코비드(long covid, 코로나19 장기 후유증)’를 앓는 이들도 많다. 수도권의 한 병원이 개설한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찾는 이들은 두통, 기침, 가슴이나 복부 통증, 만성피로, 관절통, 근육통, 미각과 후각 상실, 폐와 심장의 기능 장애, 불면증, 어지럼증, 사고력이나 집중력 저하, 감정 기복 등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4월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예상을 했지만, 해외는 스텔스 오미크론이 맹위를 떨치면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전체 인구의 30% 전후인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섰고 40%를 넘은 이스라엘에서는 약간 증가했다. 다만 확진자 비중이 50%로 매우 높은 덴마크에서만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미루어 앞으로 1~2주내에 정점이 올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는 달리 우리나라도 적어도 40% 전후가 되어야만 유행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예측된다. 앞으로도 1000만 명은 더 감염돼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2년 넘게 격리생활에 지친 국민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심리치료, 즉 심리 방역인 것 같다. 코로나 후유증은 비단 확진자나 그 가족들만의 문제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전시 동원 체제를 방불케 하는 지난 2년간의 혼란스럽고도 숨 막히는 코로나 비상 대응체제로 그간 그 폐해들이 가려져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 사회 전체에 심각한 집단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민들 간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게 만들었다. 코로나는 예기치 않는 위협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의 평온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각자도생, 적자생존이라는 냉혹한 생존법칙을 따라야 한다며 이웃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쌓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 공동체라는 면역체계를 교란시키면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며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점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코로나19 후유증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피로, 두통, 집중력 장애 등이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완치된 코로나19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후유증은 건망증, 수면장애 그리고 피로감이었다. 전 세계의 코로나-바이러스(Corona-19)에 관계하는 논문 20만 개를 일본 NHK가 AI(인공지능)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지금까지 합해 100종류 이상의 증상이 보고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폐렴이나 발열, 기침 등의 증상에 그치지 않고, 전신에 다양한 증상이 보고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논문이 가장 많았던 것이 ‘뇌와 신경’에 관한 증상이었다.

통상 어떠한 사건 발생 직후 트라우마가 발생하는데 2~3년 후에는 우울함이나 중독, 자살 등의 트라우마 이후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코로나는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제는 심리방역, 트라우마 치료에도 정부의 손길을 닿아야 한다. 정부는 통합지원단 외에도 지역 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육체적인 후유증 상담에서부터 정신적인 트라마우마까지 국민의 위험신호들을 외면해선 안된다.

광주와 전남 지자체도 하루빨리 심리방역 시스템을 정비하고 코로나로 인해 심신이 고통스런 지역민에게 과학적인 치유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모든 방법을 시급히 동원해, 육체적 고통이 정신적 고통으로 크게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극적인 심리방역대책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