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과 우리의 숙제 / 박유자
2022년 04월 21일(목) 19:50
박유자 화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그 누구도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약속을 한 것처럼 거리로 나섰다. 얼마가지 않아 거꾸로 가는, 잘못된 정권이 응징되었다. 이후 자연스레 정권이 교체되었다. 시민들이 애오라지 촛불 하나들고 해낸 것이다. 바로 ‘촛불혁명’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세계가 깜짝 놀랐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촛불혁명은 우리의 자부심이고 영예였다. 대한민국을 뛰어넘어 현대 민주주의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매김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수출해야 할 중요 품목으로 ‘촛불혁명’이 꼽히기도 했다. 무형의 가치를 지녔지만 우리 삶과 생각의 근본을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그만큼 촛불혁명이 가진 세계사적 의미와 가치는 매우 컸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통탄할 일이 벌어졌다. 촛불혁명을 통해 이뤄진 정권을 지키지 못했다.

광주시민은 84.82%의 몰표를 더불어민주당에 주었지만 결과적으로 정권을 내주었다. 그 결과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촛불혁명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벗기가 힘들었다. 최근 스스로 책임을 지거나 타의에 의해 책임을 추궁 당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이 정치은퇴 선언을 한 것이 그 물꼬였다. 정권 유지를 하지 못한 책임감을 뼈아프게 반성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또 민주당 전략공천위원회가 이번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공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이 상황이 벌어진 것은 중책을 맡았던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을 감안한 까닭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이다.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특히 책임져야 할 이들이 있다. 민주당과 청와대에서 중요한 직을 맡았던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뼈아픈 반성이 요구된다. 누구보다도 문재인정부에서 소위, 누렸던 이들이 스스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무겁게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별 반성없이 일신을 위한 진로를 꿈꾸고 있는 것은 참으로 볼썽사납다. 그 중심엔 부동산 문제가 있었고 인사문제가 놓여있다. 모두가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거나 ‘내로남불’의 의식으로 일관했기 때문이었다. 사죄와 반성은커녕 여전히 ‘내로남불’의 성향을 보이며 민선8기 지자체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여론을 무시하고 자신의 일신만을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누렸던 이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는 게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그게 이 시점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시민들이 스스로 어렵게 일궈냈고 세계로부터 환호를 받았던 ‘촛불혁명’, 그 의미와 가치를 살리는 길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로남불’의 강한 고집을 갖고 나 몰라라 하는 이들이 있다. 역사 앞의 죄인이 새 시대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계속 그걸 고집하면 적지않은 이들이 불편해진다. 물러서지 않고 앞장선다면 역사의 퇴보를 재촉하게 된다. 어떤 일이건 나고 물러설 때가 있다. 촛불혁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자들은 지금 물러설 때다. 절대로 나설 때가 아니다. 물론 언젠가는 다시 나설 때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마치 시대를 바꿀 리더인 양 나서면 안 된다. 더욱이 자신만이 시대를 바꾸겠다며 물러서지 않는 것은 책임여부를 떠나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그것을 더 이상 용납하고 참아낼 시민은 없다. 실책을 저지른 이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정당하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촛불혁명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일이다. 더 이상 촛불혁명을 더럽혀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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