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국 고려인 동포 ‘전쟁 후유증’ 건강 적신호 청력 상실·폐암 의심 등 이상 증세 잇따라 안재영 기자 |
| 2022년 04월 24일(일) 19:56 |
전쟁의 참화를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나 선조의 땅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이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해 치료비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24일 광주 고려인 마을에 따르면 고려인 귀국 동포들에게서 이상 증세가 속속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딸과 함께 광주에 도착한 김나탈리씨는 딸이 청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전쟁 전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지만 방공호 대피 기간 동안 미사일 폭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던 것이 청력 손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갑작스레 안면근육에 이상이 와 인근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게 된 동포도 있다.
외국인 등록을 위한 건강검진 과정에서 폐에 이상이 발견된 한 동포는 대학병원에서 정밀 치료를 받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진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들은 스스로 치료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난관에 부딪쳤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건강보험을 가입하기 위해선 취업비자를 통한 ‘직장가입자’가 되거나 6개월 이상 체류한 뒤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제 막 입국한 고려인 동포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반년이 더 지나거나 직장을 얻어야만 해 고려인 마을은 동포들의 치료비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모금 활동을 벌이며 치료비 확보·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추가 입국을 희망하는 동포들이 최소 5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어 모금액만으로 마을에 닥친 과제들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고려인 마을 관계자들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관심에 더불어 실정에 맞는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막상 전쟁의 참화는 피했지만 그동안 모르고 지내던 질병이 광주 안착 후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해 중병임을 발견하자 안도의 한숨이 깊은 슬픔으로 변하고 있다”며 “정부가 전쟁난민 고려인동포들의 긴급 의료체계 개선을 통해 치료받을 길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천영 고려인 마을 목사도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이상 증세를 겪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취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현 상황에 맞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