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을 위한 ‘줄탁동시’ / 정선영 |
| 2022년 04월 26일(화)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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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청년마을활동가로 우연히 마을활동을 시작했을 때 ‘줄탁동시’가 그려진 판화그림을 ‘공동체 모닥’ 대표 최봉익 선생님으로부터 받았었다. ‘이 사자성어를 왜 그때 나에게 주셨을까’. 열정으로 모든 게 재미져서 밤새는 줄 모르고 활동했던 그때의 청년인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깨뜨릴 수 있게 멈추지 말라는 의미였으리라 지금에서야 생각해봄직하다.
‘줄탁동시’는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껍질을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하며, 줄과 탁, 이 둘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병아리는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올 수 있다.
현대사회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동화로 일자리 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자리 대란과 불안정 고용 증가로 인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역할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또한 현재 우리 사회는 일자리 소멸, 고용 불안정, 소득 양극화, 사회해체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한 공공적 사회경제 모델이 검토되고 있으나, 고용안정과 이에 기초한 소득보장을 위한 근원적인 논의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제는 단순히 일자리 수요와 노동 공급사이의 불균형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빵집으로 성공한 어느 사장님의 강연에서 사장님이 얘기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빵을 굽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남과 다르게 빵을 굽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다 보면 때때로 내가 과연 이런 하찮은 일들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하찮은 일을 대할 때마다 난 그의 말처럼 남들과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으로서, 상대가 보기에 따라서 나는 작지만 어엿한 한 기업의 경영인이 될 수도, 동네 열정만 많은 아줌마가 될 수도 있지만, 나 스스로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경영인으로 인식할 것인지, 그래봐야 동네 열정만 많은 아줌마로 인식할지는 결국 나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생각은 자신을 평가절하로 새로운 시도를 제한하는 가장 나쁜 핑계 중 하나일 뿐이고, 그 분야의 최고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빵 하나조차 제대로 구워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 큰 기회나 가능성이 올 거란 기대는 사치이다. 꿈의 크기가 큰 사람이라면, 또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과 다르게 빵을 구워낼 수 있어야 하며, 그러한 능력은 오직 노력했던 그 순간으로부터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만든다.
‘시작하기 위해 위대해질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려면 일단 시작부터 해야한다.’라고 말한 백만장자이자 동기부여의 권위자인 레스 브라운은 저소득층집안의 쌍둥이로 태어나 생후 6주만에 학력이 낮고 형편도 어려운 마미 브라운에게 입양된 입양아였다. 어린시절 그는 숙제도 제대로 안했으며 침착하지도 못해서 선생님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열등생으로 낙인되었고, 그렇게 손상된 그의 자신감을 극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스스로 성취하여 아침방송 DJ에서 방송책임자로, 지역사회 활동가에서 지역사회 지도자로, 정치 평론가에서 세 번이나 당선된 의원으로, 파티나 나이트클럽의 MC에서 기조 연설가로 변모하며 결국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동기부여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다. 그의 말처럼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에 있어 자격이 필요하거나 위대해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걸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정말 해도 될까?’ ‘괜히 시간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우리는 대부분 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우직하게 첫발을 떼고 실행하는 것보다 똑똑한 척하며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고 일장연설 늘어놓기가 더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꽤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 결론은 그를 항상 제자리에서만 맴돌게 할 뿐 절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있는 첫 발걸음이고 이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얻을 수 있다.
아직 도전조차 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선배도전가로서 말해주고 싶다. 지금 글을 읽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내일 당장 조금이라도 변화를 실행해보라고, 한 걸음이라도 걷고 조금이라도 전진해보라고 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일장연설 헛똑똑이가 되지 않고, 언젠가 반드시 우리를 둘러싼 이 두꺼운 껍질을 깨고 한 단계 더 발전한 청년으로 서로 마주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