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문화예술상, 이대로 좋은가 / 탁인석 |
| 2022년 04월 26일(화)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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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상은 상금에서 그 권위가 결정된다. 매년 연말이면 광주시에서 시상하는 문화예술상은 1992년 오지호미술상을 시작으로 1995년에는 허백련미술상, 2000년부터는 박용철문학상과 임방울 국악상, 2013년부터 정소파·김현승 문학상 등 도합 6개의 상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들 상은 광주시 조례에 의거 광주와 한국의 문화예술발전에 성과를 낸 문화예술인에게 수여하고 있다. 그러나 명색이 광주시의 이름을 걸고 시상하는 이들 상은 들여다보면 허약하기 그지없다. 이유는 상의 이름에 맞는 상금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예로 박용철문학상은 출발 무렵에는 1천500만원의 상금과 출판보조비 800만원 등 도합 2천300만원을 수여해 당시로는 규모를 갖춘 상이었다. 그러다가 느닷없는 선거법 시비가 일면서 상금은 자취를 감추고 상패나 수여하는 상으로 바뀌면서 현저한 질적 저하의 길을 걷게 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수상할만한 문화예술인은 관심을 접고 침묵하는 가운데 상을 계속 시상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 앞에 서게 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저런 시비 없이 상을 잘도 운영하던데 유독 광주만 상금이 잘려나간 상패만의 상으로 시상된다는 것은 일면 딱하기도 하다. 시상식 때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건의 때문인지 지금은 광주예총을 거쳐 작품집 출판을 돕는 상으로 바뀌어 겨우 600만원 상당의 출판비 보조가 뒤따르지만 이마저도 외면받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에서도 상의 무게에 맞춰 상금을 수여하건만 유독 문화수도라는 광주만 상금을 잘라낸 상이 되면서 벌써부터 이럴 양이면 차라리 없애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들을 한다. 시당국은 시상식 자리마다 상의 개선을 약속하지만 끝나고 나면 회전문처럼 다음의 시상식 자리로 이어지곤 한다. 상을 시상하는 일은 수상자를 위로하는 의미의 상금이 절대적이고 상에 얹는 상금은 지방정부의 예산에서 보면 참으로 미미하다.
광주시는 문화융성을 추진하는 차원에서 문화경제부시장 직제를 신설했다. 그리고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에게 제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어느 지자체나 첫 번째 자존심은 문화예술로 가름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지원은 닭 모이 뿌려주듯 소소한 것이 현실이다. 이리 말하면 예산형성에 무지하다 할지 모르겠는데 시가지의 하수구공사 하나만 줄여도 문화예술분야에 해갈은 상당할 턴데도 그마저도 어찌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문화재단의 문제도 조금만 언급하자. 가뭄에도 농사짓자고 저수지를 만드는데 저수지 없을 때는 거르지 않던 농사가 문화재단이 설립되고는 소위 안식년 같은 걸 만들어서 계속 사업들을 손 놓게 하니 이 또한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문화재단은 농사로 치면 물을 담아둔 저수지와 다름없다. 저수지가 없을 때도 농사를 거르지 않았는데 저수지 만든 후에 농사를 쉬라니 이리 황당할 수가 없다. 예술인들을 지원하라고 설립한 문화재단이 설립목적은 제쳐두고 자신들이 여러 사업에 예산을 사용하는 바람에 정작 손가락 빠는 쪽은 혜택을 받아야할 예술인이거나 예술단체인 것이다.
다시금 돌아오자. 상의 권위는 무엇보다 상금에 달려있다. 그런데도 상이 중요하지 상금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가 지금껏 광주시 공무원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둠벙 파놓으니까 엉뚱하게도 머구리가 점령해버린 형국이라고 할까.
필자가 속한 단체의 ‘광주문학상’은 매년 5명 정도를 시상하는데 상금액은 200만원 정도임에도 매년 수상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광주문학상’이 있기에 작가들은 희망을 걸고 밤을 새워 작품을 쓴다. 광주문협의 한 회원님의 쾌척금으로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는 문학상을 공표하여 무려 154명의 작가들이 응모의 문을 두드렸다. 결론은 광주문화예술의 발전은 상금을 크기로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이를 위해 메세나 운동 등을 가열차게 전개할 필요 또한 있다. 광주시가 문화발전에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중 급소는 문화예술상에서 격에 맞는 상금을 걸고 그 위상과 권위를 만들도록 서두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