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너지공대 통해 ‘전남 현상’ 만들자 / 박웅희 |
| 2022년 04월 27일(수)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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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케임브리지는 전통을 넘어 유럽을 상징하는 첨단 과학도시로 성장했다. 변화의 원동력은 지역의 중심 대학인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찾을 수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이 철학과 수학 등 기존 대학의 고고한 상아탑의 이미지를 떨치고 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잡고 실용적인 연구에 전념한 결과라고 평가받고 있다.
나주시의 입장도 어찌 보면 케임브리지 사례와 유사해 보인다. 대도시 근교에 있고 전라도 지명 유래도시로서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천년고도의 도시였지만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도시로 변모했다. 그러나 최근 혁신도시 조성과 한국에너지공대 개교 등 새로운 역량이 결집되고 있는 점이 비슷해 보인다.
영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을 찾아보자. 케임브리지도 오늘의 명성을 얻기까지 여러 번의 굴곡을 겪었다. 옛 영화와 전통에 집착하는 영국인 특유의 보수성 탓에 변화에 뒤처진 값진 경험이 있었다.
도시 보존을 위해 성장을 제한하고 새로운 산업이 케임브리지에 들어서면 안 된다는 지역 발전의 정책 방향을 답습했고 케임브리지의 지역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그러나 1969년 ‘네빌 모트’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내놓은 ‘산학(産學) 협동 제안서’가 새로이 대학 발전의 지침으로 채택됐다.
연구·첨단산업이 대학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으로 케임브리지 내에 지식집약 산업의 적정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대학과 협력하는 기업들이 집적하는 산업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지역 경제가 발전한다고 정부를 설득해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라는 새로운 공간을 조성했다. 또한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지적재산권 보유를 허가하면서 교수 창업이 급속도로 증가해 연구개발 성과를 상용화로 이어지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케임브리지대학은 기술 개발을 지역 기업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 신속히 반영시키는 지역성장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학의 산·학·연 연계활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주변에 여러 개의 사이언스파크가 생겨나면서 영국 첨단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대학의 우수한 기술 개발 연구 성과를 제품·상용화하기 위해 수많은 벤처 자본이 모여 들었고 이에 따른 기업지원 서비스업의 집적화도 급증했다.
기업하기 좋은 곳이 된 케임브리지로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와 공장들이 자발적으로 몰려 지금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필적할 첨단산업의 산실로 성장했다.
영국 사람들은 이 도시의 성장과정을 ‘케임브리지 현상(Cambridge Phenomenon)’ 이라고 불렀다. 1980년 파이낸셜타임스가 케임브리지 지역 경제의 부활을 소개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발전을 위해 대학의 산학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조어로 ‘케임브리지 현상’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동안 전남은 산업화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졌다. 그러나 이제는 미래에너지신산업 수도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동인은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에너지밸리 조성 등 다양한 지역균형발전 정책 때문일 것이다.
나주시는 지금까지 에너지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사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전념했고 가시적인 양적 성과를 달성했다. 에너지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기초적인 토대를 만든 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생겨나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경영에 핵심 요소인 기술과 인재를 제공하는 기반을 확충하면 저절로 기업들이 모여 선순환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사례를 볼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지역 경제와 함께하는 대학의 산학 협력 역량이다. 이와 관련해 나주지역 중심에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있다. 민관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성화 대학이기도 하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에너지·첨단소재·지능형전력망 분야 산학 연관 협력 거점이자 지역 탄소중립 혁신 메카로서 산학연 협업 플랫폼을 선도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대를 통해 에너지 기술 공급과 전문 인력이 원활히 양성된다면 나주시로 에너지신산업 핵심 기업이 모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대학에서 창출되는 우수한 기술 개발 성과를 지역 기업에게 효과적으로 이전하고 기술창업을 활성화해 상생·협력 규모화를 실현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연구개발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나주에 에너지 기술, 인재, 기업 모두가 모이는 산업생태계 조성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민·관이 공존하는 혁신의 모범사례가 되며 차기 정부의 공정과 실용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과는 자연스럽게 전남 전역으로 확대돼 지역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행복한 전남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 주변에 사이언스파크가 활성화된 ‘케임브리지 현상’처럼 한국에너지공대와 연계해 나주에 에너지밸리 사이언스파크, 글로벌 에너지신산업벨트가 조성되는 ‘전남 현상’으로 발현되길 응원하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