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광주 전통시장도 손님맞이 ‘활기’ 영화 틀고 야시장 열고 시민·상인 함께하는 리버마켓까지 “전세대 즐길거리 가득”…발길 붙드는 문화공간 만들어 양시원 기자

2022년 04월 28일(목) 20:34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핵심적 수단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여 만에 전면 해제 되면서 전통시장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거리두기 해제에 광주지역 전통시장들이 그동안 중단됐던 야시장 재개 등 손님맞이 채비에 활기를 띠고 있다.

전통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방역 취약 공간으로 낙인 찍혀 매출 감소는 물론 상인까지 줄어드는 등 그야말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광주지역 대표시장으로 꼽히는 말바우·대인·양동시장의 상인회장을 만나 코로나 이후 계획과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말바우시장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전통시장’. 박창순(60) 말바우시장 상인회장이 코로나19 이후 꿈꾸는 말바우시장의 모습이다.

말바우시장에서 28년째 수산물을 취급하는 박 회장은 지난 2019년 6대 상인회장에 선임된 후 올해 7대 회장에 연임됐다.

말바우시장은 2020년 8월3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10명이 넘는 집단 감염이 일어나 이틀간 시장이 폐쇄됨과 동시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박 회장은 “손님 발길이 하루아침에 끊기고 매출 급감이 한 달 이상 이어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 회장과 말바우시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전국 최초로 PCR 검사를 받아 음성 상인에 한 해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음성 확인 목걸이’를 배부했고 마스크·손소독제 등도 제공했다.

박 회장은 현재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말바우시장이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말바우시장 내에 체육공간, 극장 등을 올해 안에 착공하고 약 3천200평에 달하는 시장 내 야외 주차장 공간을 필라테스 또는 생활체육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화공간도 조성할 예정이다. 시장 주차장 일원에 설치된 ‘빵빵극장’은 지난해 ‘모가디슈’, ‘기적’ 등의 영화를 두 차례 시범 상영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박 회장은 “상영장 근처에 10-12대 가량의 푸드트럭을 배치하는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말바우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인시장

23년째 대인시장에서 제분소를 운영하고 있는 문병남(75) 6대 대인시장 상인회장은 ‘문화와 예술이 한 곳에 어우러지는 대표 예술시장’을 희망했다.

동구 대인동 인근에 위치한 대인시장은 과거 공영버스터미널, 도청 등과 인접해 큰 규모를 이뤘으나 1990년도 이후 신도심 개발 등으로 시내 인구가 시 외곽으로 분산돼 유동인구가 줄어 위기를 맞았으나 문화예술 시장으로 주목 받으며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2009년 예술을 덧입힌 야시장 개장을 시작으로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 선정과 2018년 한국 관광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에서 우수관광 자원 10개 분야를 선정하는 ‘한국관광의 별’에서 시장 우수사례로 꼽히면서 지역 대표 예술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으로 야시장 운영에 제동이 걸리면서 대인시장의 시간도 같이 멈췄다. 야시장 운영이 중단되자 음식 등을 판매하던 젊은 상인들이 떠나갔고 인근 재개발로 유동인구 또한 줄어 겹시름에 놓이게 됐다.

그럼에도 대인시장은 포기하지 않고 변화를 준비했다. 점포대학, 상인대학 등을 통해 꾸준히 상인들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교육했고 올해 노전선 교체, 체육시설 신설, 노후 천막 교체 작업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5년간 진행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시 주관 ‘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거점프로그램’ 사업 마지막 해를 맞은 대인시장은 오는 5월말께 야시장을 재개, 예술시장으로써 확고히 자리 잡고 지역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양동시장

이명근 양동건어물시장 상인회장이 건어물을 소개하고 있다.

건어물, 수산, 복개상가 등 1천500개 점포가 밀집돼 광주·전남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양동시장에는 7개 상인회가 있으며 이 중 26년째 양동건어물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이명근(56) 6·7·8대 양동건어물시장 상인회장을 만났다.

양동시장도 지난 2020년 초 시장 내 식당에 확진자가 방문해 시장 상인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등 한 차례 홍역을 겪었다.

이 회장은 “당시 매출이 곤두박질 치는 건 물론 한동안 손님보기도 어려웠으나 다른 시장이나 여행업 등 종사자는 더욱 힘든 걸 알기에 말도 못하고 끙끙 앓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시장의 활기를 위해 정부 지원금 이외에도 상인회 자체에서 소정의 ‘힘내 재난지원금’을 별도로 마련했다. 또 상인들이 백신을 일찍 맞을 수 있도록 홍보하고 마스크·손소독제 등의 비치를 통해 고객이 좀 더 마음 놓고 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양동시장은 최근 거리두기 해제를 맞아 지역 대표 전통시장으로의 명맥을 더욱 더 견고히 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활성화(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5월 3년만의 행사를 개최한다. 매주 금·토요일 총 8회 시장 내에서 진행되는 ‘리버마켓’은 시장상인이 준비한 ‘양동마켓’, 청년상인이 여는 ‘청춘마켓’, 시민 참여로 여는 ‘플리마켓’ 등과 치맥 페스티벌, 무대 이벤트, 라이브 커머스를 푸드트럭과 공연 등을 통해 시민과 상인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대규모 축제로 개최할 예정이다.

상인회별 자체 소규모 행사도 확대한다.

지난 2016년 양동시장 내 7개 상가가 연합해 선보였던 ‘칠맥축제’에 이어 건어물시장에서 매년 진행했던 ‘건맥축제’도 올 가을 무렵 재개할 예정이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