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지반 침하’ 안전조치 요구에도 구청 ‘미적미적’ 서구 쌍촌동 오피스텔 공사 현장 인근 상가 바닥 균열 등 호소 국민신문고·내용증명 발송 수차례…적법한 조치 없어 빈축 민원인이 법령 찾아 재요청에 서구 “업무별 검토 시간 걸려” 안재영 기자

2022년 04월 28일(목) 21:01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신축공사 현장과 인접한 건물 지반이 침하되고 콘크리트 바닥에 균열이 발생해 인근 상가가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 적법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행정당국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지하안전관리특별법’에 지반 침하에 따른 안전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음이 명시돼 있지만, 관할 행정이 해당 법을 인지·해석하지 못해 ‘부실 행정’이란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찾은 서구 쌍촌동 971-12번지 일원은 지하3층-지상25층 등 총 28개층 규모의 오피스텔 신축사업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2020년 5월25일 허가를 받은 곳으로 오는 2023년 10월 사용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에 맞춰 현장에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인근 상가에는 ‘공사 중 지반 침하 및 지반 약화로 붕괴 위험이 있어 영업을 중단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실제 상가 지반 곳곳은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약 3.5cm) 정도 내려 앉아 있었고 매장 건물에서 운천로를 따라 광주시청 방면으로 향하는 측면 도로 옆 보행로에는 약 15m 길이의 균열이 가 있었다.

또 타이어를 보관하는 한 창고 건물은 바로 옆 건물 쪽으로 기울어 지반이 침하되고 있음이 한 눈에 보였다.

상가측은 이러한 피해가 지난해 말께부터 발생해 올해 1월17일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고 같은 달 25일 서구청 등에 피해사실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서구는 1월28일 상가 측의 국민신문고 민원과 관련해 건축공사 관계자에게 해당 내용을 알렸으며 그에 따른 안전조치 이행 결과를 받은 뒤, 별도 통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회신문을 상가 측에 전달했다.

이후 안전점검진단 일정이 잡혀 지난 2월11일 서구 건축과 직원과 건설현장 관계자가 함께한 가운데 진행됐지만 육안으로 둘러본 것에 그친 탓에 상가는 ‘정밀안전진단’ 실시를 요구했다.

해당 요구에 건설사 측도 지난 2월25일 “현재 안전진단 중에 있으며 추후 완료 시 결과보고서를 송부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정밀안전진단서는 상가 측에 도착하지 않았고, 지반 침하도 계속되고 있지만 별도의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상가 측은 지난 1일부로 폐업을 결정했다.

이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상가측은 공사중지명령 요청 민원을 서구청에 제기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지하시설물’이란 상수도, 하수도, 전력시설물, 전기통신설비, 가스공급시설 등 지하를 개발·이용하는 시설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물을 일컫는다.

또 제22조의2(지하개발 사업에 의한 지반침하 사고예방을 위한 긴급안전조치 등)에는 승인기관의 장(서구청장 해당)은 지하개발 사업으로 인해 지반침하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하개발사업자에게 ‘주변 지반’에 대한 보수·보강 안전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법령에 의거해 민원인들은 공사 중지와 보강작업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관할 행정이 법령을 인지하지 못해 적법한 조치가 여태껏 취해지지 않았고 지반 침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상가 측의 입장이다.

상가 관계자는 “민원인이 관계 법령을 찾아가며 이에 맞춰 행정 절차를 밟아 달라 요청해야 하는, 주객이 전도된 이 상황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부서에 찾아가도 어디까지가 자기 업무 소관인지 명확히 알지 못해 상황이 진척되지 않아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법을 인지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업무별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조치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해당 법에 대한 검토를 마치는 대로 적법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