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경계를 만들고 지키는 삶 / 박은경 |
| 2022년 05월 01일(일) 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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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가족 간 지켜야 할 경계션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6살 딸과 함께 읽은 책 ‘경계를 지켜줘!’에서는 집과 집, 가게와 가게에 담이 있는 것처럼 사람 간에도 경계가 존재하고 가족 간에도 경계를 함부로 넘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가족상담 이론 중 구조적 가족상담에서 ‘경계선’을 이용해 가족의 문제에 접근한 살바도르 미누친(Salvador Minuchin)은 가족 행동 양식, 가족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는 보이지 않는 구조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 내에서 세대, 성별, 기능 등에 따라 형성되는 부부, 부모, 부모·자녀, 형제자매 등의 다양한 ‘하위체계’, 가족원 개인과 하위체계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테두리 ‘경계선’ 등의 개념으로 기능·역기능적 가족 상호작용의 모습을 제시한다.
가족 내 하위체계 간 경계선이 밀착된 경우 가족 간 거리감이 없어 서로 지나친 관여를 하게 되므로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 발달이 어렵다. 반면, 경직된 경계선일 경우 가족원들이 거리감과 소외감을 갖고 있으며 지나치게 독립적인 모습을 보인다.
명확한 경계선을 가진 가족은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필요할 때 서로에게 관여해 도움을 주고 서로를 지지해준다.
책 ‘경계를 지켜줘’에서는 가족 개인마다 모두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마음이 있어서 마음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담을 공부했지만 나 역시 나의 마음과 자녀의 마음의 경계선을 인지하지 못하고 경계를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아들과 공부하기 위해 함께 앉아 있다가 아들이 하고 있는 공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할 때 학부모인 나는 아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나서 아들 마음의 경계를 침범해버린다.
혹은 양치 준비를 하고 있던 딸이 유치원에서 그렸던 그림을 엄마에게 설명해주겠다고 양치를 미루면 양치를 빨리 시키는 것이 목표인 엄마는 딸에게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이렇듯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녀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알게 모르게 나만의 마음을 강요하는 것이 경계선 침범이다.
경계선 침범의 예는 고부 간에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손주들을 사랑하는 시어머니가 아들, 며느리의 양육방식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미누친에 의하면 이것 역시 경계선을 침범하는 것이다. 조부모로서 의견 제시는 가능하나 자녀 양육에 대한 권위와 책임은 주 양육자인 부모에게 있다.
가끔 상담 장면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와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할머니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할머니에게 괴로움을 당하는 어머니를 외면하기도 어려워서 힘들어하는 학생을 만나곤 한다.
‘장유유서’의 힘이 강한 한국 문화에서 조부모와 부모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은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경계를 존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책 ‘경계를 지켜줘’에서는 먼저 허락을 받으면 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무시하지 말고 내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대신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다.
가족 간에도 그러하다. 부부 간에도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하고 부모 자녀 사이에도 좋아하는 것을 서로 무시하지 말고 내 마음과 다른 상대 가족원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가족 내에서 건강한 경계선을 만들고 그 경계선을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