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벗기 어색한 마스크…대부분 착용했다 ‘실외 노마스크’ 시행 첫날 광주 야외 풍경 566일만에 해방 불구 조심하는 모습 역력 더위에 간간이 마스크 벗고 다니는 시민도 김다인 기자

2022년 05월 02일(월) 21:20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 날인 2일 오전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광주 북구청 앞 횡단보도를 걷고 있다./김애리 기자

“그렇게 쓰기 싫던 마스크였는데, 막상 벗으려니 어색하네요.”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2일부터 ‘실외 노마스크’가 전면 허용됐다.

566일만에 찾아온 ‘마스크로부터 해방’에도 불구,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거나 반절만 내려 쓰는 등 야외에서 마스크 벗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9시께 북구 양산동 호수공원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산책하고 있었다.

맑은 날씨 덕에 많은 시민들이 공원을 걷고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은 시민은 약 50명 중 1명 남짓이었다.

마스크를 벗고 산책하던 시민 A(51)씨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아직은 마스크 벗기가 눈치보인다. 그래도 ‘합법적’으로 야외에서 마스크 쓰지 않을 수 있어 마음은 좀 편해졌다. 익숙해지면 밖에서는 과감하게 마스크를 안쓸 생각”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반면 마스크를 쓰고 벤치에 앉아있던 어르신 B(61)씨는 “나이를 먹어서 더 불안하다.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릴까 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쓰고 있다”면서 “아들이 어딜가든 마스크를 꼭 쓰라고 신신당부했다”고 귀띔했다.

옆자리에 함께 앉아있던 C(63)씨는 “예전에는 그렇게 쓰기 싫었던 마스크인데, 막상 벗으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못 벗겠다. 마스크 쓴 뒤로 감기도 안 걸리고 아프지도 않았던 걸 보면 벗는 게 마냥 반갑지는 않다”고 전했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실외 정류장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오전 11시께 찾은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는 마스크를 벗은 시민을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D(53)씨는 “얼굴에 상처가 있어서 마스크로 덮는다고 생각하고 쓰고 있다. 다시 얼굴을 내보이려니 민망하다”며 머쓱하게 말했다.

또 다른 시민 E(26·여)씨는 “다들 벗지 않으니까 그냥 쓰고 있게 된다. 눈치 게임하는 기분”이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이날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 F(27)씨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지 몰랐다”며 “진짜 벗어도 되는 거냐”고 상기된 목소리로 되묻기도 했다.

인근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한 학생은 횡단보도에서 멈춰서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렸다가 좌우를 살피며 어색해하다 다시 고쳐쓰기도 했다.

20도를 웃도는 낮이 되자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이 늘어났다.

점심시간을 맞은 정오께 동구 문화전당에는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더워진 날씨에 따라 마스크를 반절만 내려쓰거나 시원하게 벗고 걸어다니는 시민들이 하나둘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자연스레 마스크를 벗고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마스크 없이 자전거를 타는 등 마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와 함께 마스크를 벗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학생은 입가를 매만지거나 입을 가리고 말하는 등 어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스크를 벗은 시민 G(56·여)씨는 “필요하면 꺼내 쓰려고 아예 마스크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홀가분하고 좋다”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고 29일에는 실외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실외에서는 2일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5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나 관람객 수가 50명이 넘는 공연·스포츠 경기 등의 경우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