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요인 못 버텨”…‘저가 커피’도 속속 가격 인상 기상악화·물류비 증가…국제 원두값 1년새 51% ‘껑충’ 편의점부터 중저가·개인 카페까지 200-300원씩 인상 양시원 기자

2022년 05월 04일(수) 21:05

동구에 위치한 한 개인 카페에서 원두값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 안내문을 게시한 모습.

원두값이 국제 원두 가격 상승과 물류 대란 등의 영향으로 급상승함에 따라 프랜차이즈는 물론 기존 가성비를 내세웠던 중·저가 커피 브랜드와 편의점, 개인 카페에서도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4일 광주 남구 소재 한 개인 카페.

10년째 남구에서 카페를 운영중인 이모(53)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국제 원두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개업 이후 10년간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원두 납품업체가 결국 지난달 25일 가격 인상을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우리 카페는 두 가지 원두를 섞어 쓰는데, 500g에 8천500원이던 원두값이 1만500원으로, 1㎏ 2만5천원에서 2만6천원으로, 거래 십년만에 가격이 올랐다”며 “업체에서도 어쩔 수 없이 최소한으로 올린다고 얘기하고, 최근 국제 원두값이 오른 것도 알고 있어 언젠가 닥칠 일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좀 난감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여기에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도 올해 들어 리터(ℓ)당 1천500원에서 1천700원으로 오르는 등 원·부자재를 포함한 가격 인상요인은 차고 넘치지만 단골들 때문에 기존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원두 가격 상승은 지난해 세계 최대 커피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이 가뭄과 기후 변화 등 지속적인 기상 악화를 겪으면서 원두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아라비카 원두 대표 산지인 에티오피아도 지난해 8월 내전이 확산됐고 콜롬비아에서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등 주요 원두 생산지에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공급망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배송 과정이 복잡해져 비용이 증가한 것도 국제 원두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실제로 지난해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76% 급등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 1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원두 가격의 기준이 되는 커피C 선물은 지난달 28일 기준 파운드(454g)당 217.95센트에 거래됐다. 1년 전(144.3센트)보다 51.0% 오른 금액이다.

이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던 중·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전국 725개 매장을 가진 중·저가 대표 커피브랜드 컴포즈커피는 지난 1일부터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카페라떼 등 일부 음료 가격을 인상,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69종 메뉴 중 11종의 음료 가격이 각각 200-300원씩 올랐다. 앞서 전국 724개의 매장을 가진 ‘빽다방’도 지난달 5일 음료 22종과 디저트 6종의 가격을 200-500원 인상한 바 있다.

1천원대의 가장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던 편의점 커피도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11일 이마트24는 자체 브랜드(PB) 커피 상품 ‘이프레쏘’의 핫 아메리카노를 1천원→1천200원으로 올렸고 CU도 지난달 8일 자체 커피브랜드 ‘겟(GET) 커피’의 핫 아메리카노 미디엄 사이즈를 1천원에서 1천3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도 1천500원에서 1천700원으로 올렸다.

북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2)씨는 “개인 카페가 보통 14온즈(OZ) 크기를 쓰는 반면 우리는 24OZ를 사용하다보니 원두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큰 것은 당연하다”며 “본사에서 인상을 결정하면 그 즉시 가격을 올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