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동참사 시민대책위 "화정아이파크 전면철거는 영업전략일 뿐" [‘현산 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 결정’ 시민 반응] 전면 재시공 반갑지만…“책임 있는 태도 동반돼야” 입주예정자 “입주 지연 따른 대책 절실”…결단 촉구 시민단체, ‘사고수습책 불과’…“사회적 책임 다해야” 안재영 기자

2022년 05월 04일(수) 21:23

지난 1월 발생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사고가 발생한 201동을 포함한 8개 동 전체를 철거한 후 재시공한다고 발표한 4일 오후 공사 현장이 붕괴상태로 멈춰 있다./김애리 기자

HDC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4일 붕괴 건물을 포함한 8개 동을 전체 철거 후 재시공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예비입주자들이 반가운 기색을 표했다.

그러나 수년 이상 입주가 지연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가 불 보듯 뻔하지만 현산이 별도의 대책을 내놓지 않아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재차 촉구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 시민대책위는 “당연한 결정을 대단한 결단처럼 발표하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며 “현산은 광주시민에게 사과하고 참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열변했다.

이승엽 예비입주자 대표는 이날 현산의 결정에 대해 “얼마 만에 듣는 반가운 소식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체철거 후 재시공은 ‘안전한 집에서 가족들과 살고 싶다’는 예비입주자들 염원이 담긴 1순위 과제였다.

하지만 현산이 그간 ‘정밀안전진단’ 후 철거 범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첨예한 대립이 지속돼왔다.

특히 정밀안전진단 과정에서 예비입주자들은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참여를 요구했지만 이제껏 이렇다 할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다.

또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할 업체조차 여태껏 선정되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돼왔지만 이날 현산이 전체 철거 후 재시공을 결정함으로써 앞으로의 일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듯 양 극으로 치닫던 이견이 현산의 ‘과감한 결정’에 따라 봉합된 것은 반길 일이나 곧 마주할 현실을 두고, 이 대표는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과 지원 대책 역시 책임 있는 태도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1월로 예정됐던 입주가 수년이나 늦어지게 되면서 당장 살 곳이 막막해진 이들이 상당하다”며 “조만간 전체 예비입주자의 의견을 취합해 현산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의 과감한 결정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제 겨우 과제 하나가 해결됐을 뿐”이라며 “현산은 예비입주자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이번 결정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 시민대책위는 현산의 결정에 대해 “대단한 결단이나 되는 것처럼 발표하는 현산의 ‘쇼’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대책위는 이날의 결정이 연이은 참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위해 추진됐기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정몽규 회장이 “안전에 대한 계약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회사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막아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밝힌 재시공 결정의 이유를 두고 광주시민에 대한 사과와 안전 시공을 위한 회사 차원의 특단의 대책, 안전사회를 위한 사회적 기여와 책임 조치 모두 빠져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책위는 “우리는 이번 조치가 현산이 살아남기 위한 영업전략의 일환일 뿐임을 분명히 한다”며 “이번 발표가 학동참사와 관련해 진행중인 행정재판에서 책임을 다해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다는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참사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특단의 대책도 없이 오직 이윤의 논리로만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현산에 대한 사회적 처벌은 업계 퇴출밖에 없다”며 “광주시는 다시 한 번 서울시와 행정법원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야 하며 지역 정치인들 역시 현산에 대한 강력한 조치와 더불어 약속했던 법안 처리를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