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100주년’ 광주세광학교 수업 현장 가보니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멋진 어른될래요” 시각장애특수학교 학생들, 신체적 어려움 불구 포기 안 해 점자정보단말기·확대교과서 등 이용 수업 열기 ‘후끈’ 김다인 기자

2022년 05월 04일(수) 21:23

지난 1954년 설립된 세광학교는 총 24학급, 저시력 학생,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재학 중에 있다. 사진은 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왼쪽), 확대 교과서를 이용해 수업 받고 있는 학생 모습(오른쪽)./김다인 기자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100주년을 앞둔 4일 오전 서구 유덕동 시각장애특수학교인 광주세광학교에는 교정 가득 어린이날 노래가 울려퍼졌다.

학교 앞 공터에서는 유치원·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선물증정, 포토타임 등이 마련된 어린이날 행사가 열렸다. 노래를 따라부르는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형형색색의 풍선이 넘실대고 하늘 위로 일렁이는 비눗방울은 학생들의 만개한 웃음 꽃 사이를 스쳐갔다.

어린 학생들은 미니언즈와 도라에몽 탈을 쓴 학생과 함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또 특수교육실무사, 선생님이 건네주는 과자가 한가득 담긴 선물세트를 품에 안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전날 임직원이 직접 불어서 만든 풍선 모자, 풍선 팔찌, 풍선 꽃 등을 건네자 “우와 풍선이다!” 라고 행복한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어린이날 기념으로 이렇게 선물도 받고 풍선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미니언즈 탈을 쓰고 친구들을 위해 포토타임에 함께한 학생회장 김소율(13·여)학생은 “탈을 써서 친구들이 나인지 모를거라고 생각하니 재밌었다.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으로 친구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린이날 맞이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인형탈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김다인기자

오전 9시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점자읽기에 몰두했다.

교실에 적힌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잘할 수 있다’, ‘못해도 괜찮다’는 급훈에는 시각장애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점자를 이용해 수업하고 있는 모습 / 김다인기자

학생들은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 천천히 점자를 짚어가며 읽고 마스크 속에서 작은 목소리로 읊기도 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불편함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자기기도 준비돼 있었다. 말하는 문장을 점자정보단말기로 입력해 직접 점자를 만들고 읽는 수업에서 “‘나는 멋진 어린이입니다’라고 써볼래?”라는 선생님의 말에 점자정보단말기 위에 양손을 올린 학생은 천천히 버튼을 눌러가며 점자를 만들어갔다. 이를 흐믓하게 지켜보던 선생님이 “잘했어 그렇지”하며 칭찬하자, 학생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점자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수업하고 있는 모습 / 김다인기자

개별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한쪽에서는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읽기’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저시력을 가진 학생은 일반적인 교과서보다 글씨가 눈에 띄게 큰 확대 교과서를 손으로 짚어가며 큰 소리로 읽었다.

이날 수업을 맡은 정혜원선생님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앞으로 더욱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길바란다”고 소원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아가 유니바와 오뚜기인형을 이용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 김다인기자

바로 앞에 위치한 세광유치원에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유니바(장애물) 여러 개를 넘어 오뚜기 풍선 두개를 넘어뜨리는 체육활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어린원생은 작은 몸집으로 선생님 손을 잡고 “하나 둘” 하며 깡충깡충 유니바를 넘었다. 원생은 “옳지 옳지”하는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더욱 신이나 웃음 소리를 내면서 즐거워했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