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는 당연한 결정

2022년 05월 08일(일) 19:49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8개 동 전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결정했다. 입주예정자들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하는데,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그동안 사고가 난 201동 외에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만큼 새로 짓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1, 2단지에 걸쳐 모두 8개동 847가구(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인 화정아이파크는 올해 11월말 입주 예정이었지만 재시공에 70개월 소요된다는 점에서 2027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주민 보상비까지 더한 총비용은 3천7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1분기 현산의 영업이익은 68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2.5% 감소했는데 대규모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 입주자와의 협상에 따라 비용은 더 증가할 수 있고 계약 해지 요구도 가능하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예상할 수 있다. ‘돈’보다는 ‘신뢰 회복’을 택한 셈이다.

정몽규 회장은 서울 용산 사옥에서 연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현산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과 올해 1월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등 연이은 대형 사고로 존폐 위기로 몰렸다. 그래서 업계 퇴출을 모면하기 위한 얄팍한 노림수인지 경계하게 된다. 진정성 있는 사죄 등 지역사회가 요구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철거 후 재시공이라는 국내에서는 전례 없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에 대한 법적 다툼도 남아 있다.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하겠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난다면 기업은 망해야 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광주 현장 방문에서 강력하게 비판했었다. 전면 철거 과정에서도 안전은 제1의 가치다. 특히 입주예정자의 불안정한 주거 문제를 잘 살피길 바란다. 영업 피해를 본 상가들에 대한 보상책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사고로 피해를 보신 모든 분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는 약속,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