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검찰 공화국’ 우려가 결국 현실로… 인사·민정·예산 등 6개 핵심보직 중 5개 민주·정의 “대통령실이 대검 부속실이냐” 고흥 출신 장성민 정책조정기획관 발탁 김진수 기자

2022년 05월 08일(일) 20:36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에서 세번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과 함께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의 활동결과 보고를 듣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 대통령실 비서관급 인선을 마무리한 가운데 정치권의 ‘검찰 공화국’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6일 2차 인선에서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 인사비서관에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를 발탁했다. 앞서 1차 인선에서 검사로 일할 때 손발을 맞춘 검찰 출신 참모들을 공직기강·법률·총무비서관에 앉힌 데 이어 인사 라인까지 검찰 인맥으로 채운 것이다.

인사수석실 폐지에 따라 신설된 인사기획관은 수석비서관(차관급)과 비서관(1급) 사이의 차관보급 직책으로, 정부 전 부처와 공기업 인사를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복 내정자와 이원모 내정자 모두 검찰에서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꼽혔던 최측근이다. 복 내정자는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검찰 인사·행정 사무를 총괄하는 대검 사무국장을 지냈다. 대전지검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이 내정자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초대 내각 인사들의 검증 작업을 수행했다.

전날 이뤄진 1차 인사에서는 대통령실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이 내정됐고, 폐지된 민정수석실 기능을 맡는 법률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에는 각각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기용됐다.

인사(인사기획관 및 소속 비서관 2명), 민정(법률·공직기강비서관), 예산(총무비서관) 등 대통령실 핵심 6개 보직 중 무려 다섯 자리를 검찰 출신이 꿰찼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검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사정(司正)기관을 장악했던 잔재를 청산하겠다”면서 윤 당선인이 밀어붙인 민정수석실 폐지의 취지도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민정수석실의 사정 및 인사검증 업무를 넘겨받는 법무부 장관에 ‘소통령’으로까지 불리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내정된 데다, 대통령실에 남은 법률 보좌·감찰 기능마저 윤 당선인의 측근 검사들이 접수한 탓이다.

정치권은 이번 대통령실 비서관급 인선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사기획관과 총무비서관에 검찰 시절 자신의 최측근들을 배치한 것은 사실상 대통령실을 대검 부속실로 만들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실을 대검 부속실 또는 대검 청와대 출장소로 만들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신 대변인은 “이 공직기강비서관은 ‘간첩 사건 조작’에 가담한 전직 검사”라며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문화를 공직기강의 근간으로 삼을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도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한 국정원의 불법 공작을 묵인하고 동조했던 이시원 전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지명한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망동”이라며 “1970-1980년대 공안검찰의 전면 등장이라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정책실장 직제가 폐지된 가운데 신설된 정책조정기획관에 고흥 출신 장성민 당선인 정무특보를 발탁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정책파트에서 생산된 중단기 정책과제를 취합해 그에 걸맞은 창조적 일정과 메시지를 만들어 내고, 성과를 내야 할 단기과제를 조정 관리하는 부서”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