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인 집단 귀국 ‘낭보’…이산가족 ‘비보’ 9·12일 50여명 단체 입국…무상지원 260명 넘어 안재영 기자 |
| 2022년 05월 08일(일) 20:36 |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70여일을 넘어선 가운데 피란난민 50여명이 9일과 오는 12일 단체 입국을 앞두고 있다.
8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번 집단 입국 역시 광주 지역공동체와 국내 후원자들의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입국 경비가 마련됐다.
우선 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우크라이나 거주 고려인동포 11명은 크림반도를 거쳐 러시아 내륙을 따라 피신한 후 폴란드에 도착, 입국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들은 고향 ‘아키모프카’ 지역에서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났다.
그러나 개전 초부터 러시아에 점령됐던 ‘엘리토플’과 불과 30㎞밖에 떨어지지 않아 우크라이나 북쪽으론 피난길에 오를 수 없었다.
이 탓에 이들은 러시아 진영인 크림반도를 지나 러시아 내륙과 리투아니아를 거쳐 폴란드에 도착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려인 마을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항공권을 요청한 덕에 이들은 8일 바르샤바공항을 출발, 9일 인천국제공항 도착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루마니아 난민센터와 한인교회에 머물던 고려인 동포 38명도 오는 11일 부카레스트 공항에서 출발, 카타르 도하를 거쳐 12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오뎃사와 헤르손 지역에 거주하던 동포들로 갑작스런 참화를 피해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손에 잡히던 가방이나 신분증 등만 든 채 고향을 떠났다.
그러나 앞서 귀국했던 이들과 마찬가지로 항공권을 마련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중, 광주 고려인마을이 항공권을 무상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해 도움을 요청했다.
고려인마을은 이들이 선조들의 땅에 정착할 수 있게 다방면으로 도움을 펼쳤고 그 결과 또 한번의 집단 귀국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이러한 고려인 마을의 무상 항공권 지원 덕에 입국한 귀국 동포의 수는 260명을 넘어선다. 또 앞으로 입국 예정인 수를 포함하면 5월 말께는 5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듯 집단 귀국이라는 낭보가 속속들이 들려오고 있지만 최근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아내와 생이별한 고려인 동포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김에두아르드(55)씨로 그는 최근 어린 아들과 딸과 함께 국내에 입국, 고려인마을에 도착했지만 아내 고루비즈카야 나탈리아(44)씨는 이들과 함께 귀국하지 못했다.
부부의 연을 맺고 25년을 함께 살았음에도 불구, 혼인신고를 통한 결혼증명서가 없어 고려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자를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아내 나탈리아씨가 자녀를 데리고 먼저 떠날 것을 설득해 김씨는 자녀 둘을 데리고 입국했지만 일순간에 가족들은 ‘이산가족’이 됐다.
입국한 김씨는 “전쟁으로 전 재산을 잃고 아내마저 언제 만날지 모르는 이산가족이 됐다”며 “아이들의 출생증명서를 제출하며 비자발급을 요청했지만 그런 법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정말 아내를 다시 만날 방법은 없느냐”고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에게 호소했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