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유물 수집을 통한‘온고지신’정신 / 이남수 |
| 2022년 05월 09일(월) 19:58 |
|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약 470여 년간의 역사적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조선시대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고 기록한 ‘승정원일기’, 국가의 중요 행사를 기록해 후대에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든 ‘의궤’ 등 우리나라는 하나같이 당시 역사가 세세하게 담겨 있는 사실을 기록해두었다. 우리 선조들은 기록을 중시했고 과거를 비추어 현재를 들여다볼 줄 알았던 민족이었다. 작은 나라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오천 년 역사를 찬란하게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기록을 중시하며 ‘온고지신’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소방 역시 과거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방기본법’ 제5조 소방박물관 등의 설립과 운영에 따라 소방청에서는 ‘국립소방박물관 유물의 수집 및 관리 규정’을 2021년 7월 12일 제정했다. 2024년 개관 예정인 국립소방박물관 건립 기간 동안 유물 수집 및 관리와 취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광주소방안전본부에서는 소방유물의 양적·질적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소방유물을 수집하고 기증운동을 전개하는 등 체계적으로 소방 유물을 보존하고 관리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소방박물관 건립은 단순히 문화 예술적 공간의 탄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박물관은 미래의 소방 세대를 위한 교육 현장이자 국민에게 과거의 재난을 통한 안전의식을 심어주는 소통 현장이다. 내부적으로는 과거 소방의 발자취와 재난현장 소방 활동을 통해 전통을 계승하고, 외부적으로는 소방의 활동상을 국민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안전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한다.
소방박물관의 운영을 위해서는 소방 유물이 필수적이다. 2021년도에 전국적으로 소방유물 수집·기증 운동 전개를 통해 3,654점의 유물을 수집했다. 소방본부, 의용소방대 뿐만 아니라 개인 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유물 기증에 동참해 주었다. 현재 수집된 유물들은 천안 중앙소방학교 임시 수장고에서 관리 중이다. 소방유물은 근대 개항(1876년) 이후 1980년대까지 소방과 관련된 각종 장비, 서적, 기록, 그림, 물품, 사진, 의복 공문서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소방 자료에 대해 다양하게 수집한다. 소방유물 기증 참여는 소방유물자료관(http://firemuseum.or.kr)에서 ‘소장유물 기증신청서’를 내려 받은 후 우편 또는 이메일로 제출해 참여가 가능하다. 수집된 유물은 소방청에서 소방유물 감정위원회를 구성하여 감정·평가를 통해 수증을 결정한다.
특히 올해는 국민들이 쉽게 접하고 볼 수 있지만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소방헬기, 고가사다리차, 소방오토바이 등 불용대상 대형 특수장비 수집에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장비들은 그 시대의 기술을 모두 활용하여 만들어진 장비들로써 우리나라 산업 기술의 발전사를 엿볼 수도 있어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또한 우리나라 유물뿐만 아니라 해외 소방유물도 각종 국외연수 및 출장 시 해외 소방기관 방문을 통해 수집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세계의 소방 역사도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유물을 수집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국립소방박물관 건립이 멀지 않았다. 과거 소방인의 모습과 현장에서 쓰인 각종 유물들을 보며 국민들이 우리나라 안전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 어떤 재난에서도 하나가 되어 위기를 극복하리라 믿는다. 소방 유물 수집의 적극적인 관심과 기증은 과거를 기록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워 앞으로의 일상에 안심을 더하는 국민안전 가치가 실현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