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부채, 이제는 더 세밀하게 / 주세연 |
| 2022년 05월 10일(화) 1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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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학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못 간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누구나 학자금대출을 통해 대학등록금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사회의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학은 하나의 스펙이 되었다. 이 스펙은 청년층에 전에 없던 ‘부채세대’라는 타이틀을 선사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게 당연시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높은 청년실업률에 청년들의 부채 상환 능력마저 부실해지자 ‘실신세대(실업+신용불량)’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이른다. 2015년 6월 말 기준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연체율이 시중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의 3.8배에 달할 정도로 그 심각성이 대두되었다.
수입은 적으나 지출이 많은 저소득 고비용의 사회에서 청년들은 생활에 있어 필요한 부분들을 대출로 메꾸기 시작했다. 2017년 광주지역 청년부채 실태조사에서 청년들의 대출 목적 중 단지 1/3만이 학자금 대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답했다. 비슷한 비율로 주거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전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면 한국장학재단의 대출 건수도 등록금대출 보다 생활비대출이 2015년부터 앞섰다. 더 이상 청년부채를 학자금대출로만 한정해서는 청년들의 현실을 설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청년부채는 학자금대출을 넘어 삶 전반의 다양한 이유들로 발생하고 악화되고 있다.
사회가 보장했어야할 교육비, 교육기간 동안의 생활비, 주거비 등을 개인이 대출을 통해 메꾸는 방식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복지가 사라져버린 자리에 이를 뒷받침할 가족이 없다면 빚을 지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 부모로부터 내려오는 자산격차가 청년세대까지 세습되어 격차를 낳고, 그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청년부채이다. 빚에서마저 부익부 빈익빈이 대물림되고 있다.
한편, 청년부채 하면 투자하기 위해 빚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생겨났다. 비트코인 열풍을 시작으로 2020년 ‘영끌’ ‘빚투’ 등 자산 마련을 위해 대출 받은 청년들이 두드러졌다. 월급을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청년들이 자신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에 뛰어든 것이다.
이처럼 저마다의 이유로 발생한 청년부채를 그저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청년부채가 심각하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상 정책의 구체적인 대상으로 분석되진 않는다.
그러다보니 청년부채 해결을 위한 정책이 번지수가 종종 틀린다. 복지가 필요한 대상, 대출이 필요한 대상, 앞으로 살아갈 내 집 마련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대상 등등 부채의 원인과 상황이 모두 다른데 단 하나의 묘수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니 어렵다. 그러다보니 재테크와 같이 공공에서 책임지기 어려운 영역마저 정책의 범위로 보게 되는 실수가 벌어지기도 한다. 보편적으로 적용해야할 정책들을 기본적으로 마련한 뒤 각 대상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청년부채 해결을 위한 풍부한 논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