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열망으로 전남대생 시절 의기투합” 김정길, 반유신 운동가 이강·김남주 첫 만남 회고 오복 기자

2022년 05월 11일(수) 23:57

“학교가 썩었어! 독재에 순응하라니…중앙정보부에 불이라도 질러야 해.”

김정길(사진)은 이강과 김남주의 첫 만남을 회고했다.

전남대 학생들이던 그들의 인연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정길이 전남대 인문대 앞 등나무 벤치에 있던 그 때, 이강이 다가왔고 강렬한 첫 만남이 이뤄졌다.

김정길은 감시가 삼엄하던 시대 다짜고짜 첫 마디로 ‘학교가 썩었어! 독재에 순응하라니…중앙정보부에 불이라도 질러야 해’라고 말하는 이강을 보고 매우 당황했다.

위험발언을 마구 쏟아붓는 이강에게 김정길은 그만의 열정과 진심을 느껴 따로 이야기 나눌 것을 제안했고 며칠 후 옛 시민회관에 위치한 광주 한성다방에서 김정길과 이강은 조우했다.

이때 이강과 함께 나온 사람이 김남주다.

김정길은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라며 김남주의 첫 인상을 회상했다.

당시 이강은 전남대 학생운동가로 민족사회연구회 서클을 운영하던 김정길에게 민주주의를 위해 뜻을 함께 하길 제안했고 미묘하게 서로에 대한 견제의 시간이 흘렀다.

이강과 김정길은 서로에게 어떤 뜻을 가지고 어떻게 민주주의를 향해 다가설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고, 그들은 그렇게 함께하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함성지 사건’을 계기로 이들이 진정한 한 배를 탔다는 것이다.

김정길은 2년 선배인 김남주에게 절대 형이나 선배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정길은 “어물쩡하게 불렀지(미소)… 선배는 선배다워야 선배고, 형은 형다워야 형이었는데 확인할 시간이 필요했던 게지”라고 말했다.

함성지 사건 후 김정길은 김남주를 인정했고 이후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구술을 통해 이강은 당시 “남주가 어처구니 없어했지만 ‘천재란 놈들은 다 그렇더라’라며 김정길을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회고했다./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