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속속 드러나는 5·18의 진실

2022년 05월 15일(일) 19:49

5·18민주화운동 당시 최루탄 발사 차량(페퍼포그) 위에서 카메라를 노려보던 시민군의 정체가 밝혀졌다. 극우인사 지만원은 북한특수군 ‘광수 1번’ 으로 지목하며 북한 농업상 ‘김창식’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진상규명조사위 대국민 보고회에 차복환씨가 등장,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실제 인물 차씨는 “찍힌 줄 몰랐다. 찍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찍어서 엄청 화가 나서 째려보다가 찍힌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에 직접 침투했다고 최초로 증언한 탈북민은 “당시 평양에 있었다”고 사실이 아님을 시인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사망자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행방불명자 3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2001년 행불자 사업의 일환으로 6명을 찾아낸 이후 20여년 만이다.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발굴된 미상 유골 262구에 대한 유전자 검사로 5·18 관련성을 분석하는 한편 사체처리반을 통해 암(가)매장한 시신을 수습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중이다. 5·18 보상이 시작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에 걸쳐 모두 242명(중복 제외)이 행불자로 신고돼 있다. 계엄군이 저지른 부녀자 성폭행 사건도 용기있는 참회로 속도가 붙고 있다.

진상규명의 가장 큰 의제인 발포명령과 관련해서는 5월20일 광주역 일원에서 벌어진 집단 발포는 최세창 3공수여단장이 권총 3발을 공중에 발사하는 등 현장 지휘가 있었다는 유의미한 내용을 확보했다. 최 여단장은 정호용 특전사령관,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직속 라인으로 이들과 함께 12·12 군사반란을 함께 한 최측근이다. 조사위는 특히 최 여단장이 무전으로 상부에 발포 승인을 요청했다는 당시 무전병의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42년 전, 생생한 기억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2년여 활동을 이어온 조사위가 내놓은 성과다.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올해 기념식은 ‘오월,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를 슬로건으로 선정했으며 핵심 과제는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진상규명’으로 삼았다. 성공한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가해자들이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역사의 죄인으로 더 숨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본 양심마저 저버리지 말길 바란다. 진실은 묻히지 않는다. 언젠가 드러나 부활한다. 그 시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