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역사 친구들에게 알려줄래요” 제주한림여중 학생들 광주 찾아 역사 탐방 김다인 기자 |
| 2022년 05월 16일(월) 20:36 |
|
암흑의 근현대사의 피해 지역인 제주지역 학생들이 동병상련을 겪은 광주를 방문, 뜻깊은 역사투어를 가졌다.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시교육청과 (사)들불열사기념회는 제주 한림여자중학교 3학년 학생과 교원 등 24명을 광주에 초대해 5·18의 역사를 알리고 제주의 4·3사건 등 광주와 제주가 가진 아픈 역사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오전 11시께 전남대학교 정문에 도착한 제주한림여자중학교 학생들은 버스에서 내려 “오늘 계획된 일정이 전부 기대된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한데 모인 학생들은 전용호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과 함께 전남대 민주길 투어를 시작했다.
전 위원은 “이곳은 5·18 민주화운동이 최초로 발화됐던 역사의 현장”이라며 전남대 정문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제주 한림중 학생들은 들불야학의 강학이자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故박관현 열사를 기리는 언덕에 올라 설명을 들었다. 박 열사는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뒤 50일 간의 단식 투쟁 끝에 30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윤상원 열사를 기리는 동상 앞에서는 전 위원의 해설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은 오랫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비석에 쓰인 글귀를 읽는 등 5·18 정신을 가슴에 새기기도 했다. 한 학생은 친구와 비석 주변을 걷다가 “어떤 마음으로 그러셨을까….”라며 말 끝을 흐리기도 했다.
이날 민주길 걷기에 함께한 장혜원(16·여) 학생은 “광주에 여러 번 와봤지만 이렇게 5·18을 목적으로 역사를 배우기 위해 방문한 건 처음”이라며 설레고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채원(16·여) 학생은 “5·18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민주길처럼 제주도에도 4·3 사건에 대해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타지역 사람들에게도 소개할 수 있는 역사 탐방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문대학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걸음에는 5·18에 대한 본격적인 호기심이 담겨있었다. 전남대학교 교수진이 참여한 우리의 교육지표 동상 설명을 들을 때는 동상을 한 바퀴 빙 돌며 쓰인 글귀를 꼼꼼히 읽기도 했다.
이어 2017년에 3개월에 걸쳐 복원된 1990년 사범대 1호관에 벽화로 그려졌던 광주민중항쟁 당시 민족 열사들이 담긴 그림을 보며 “우와”하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함께 방문한 선생님의 “이 벽화에는 셀 때마다 사람 수가 달라지는 전설이 있어”라는 말에 벽화를 향해 손을 뻗어 열사들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수를 다 센 한 학생은 친구에게 “서른넷 아니야?”라며 물음을 던졌지만 “나는 서른여섯인데 이상하다”는 답변이 돌아오면서 웃음꽃이 터지기도 했다.
이후 학생들은 점심을 먹은 뒤 다음 목적지인 투사회보를 발간했던 들불야학터, 광천동 시민아파트로 이동했다.
홍세연(16·여)학생은 “광주의 역사를 배울 수 있어서 뜻깊었던 시간”이라며 “앞으로도 더 역사에 관심을 갖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은 이날 민주길과 시민아파트 탐방 뿐 아니라 광산구 소재 산정중학교에 방문해 제주4·3사건을 광주의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5·18민주묘지에 방문해 5·18영정들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17일에는 광주MBC 특집 생방송 ‘랜선 오월길’ 출연, 5·18기록관과 전일빌딩245 방문 등 금남로 일대 답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다인 기자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