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그 맛…시민들과 나눴던 ‘오월의 情’ 오월어머니회, 5·18 상징 주먹밥 만들어 전달 김다인 기자

2022년 05월 17일(화) 21:12

“아직도 주먹밥만 보면 눈물이 나요. 그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 마련된 천막 아래에서 5·18 당시를 회상하며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 시민들에게 전달했다.<사진>

‘뭉친다’는 의미를 가진 주먹밥을 받아든 어르신들은 “그때 그 맛이 생각난다”며 눈물짓는 등 42년 전 그날을 다시 떠올렸다.

42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오월 주먹밥’을 만드는 어머니들과 주먹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이 어우러져 일대는 당시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또 고소한 주먹밥 냄새에 학생, 어르신, 외국인 할 것 없이 이끌리면서 천막은 금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짜로 먹어도 되는 거예요?”라며 조심스럽게 묻는 시민에게 오월어머니들은 “그럼요. 얼마든지 드세요”라며 42년 전의 정(情)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냥 손에 주세요”라며 5·18 당시와 같이 맨손으로 잡고 먹는 시민도 있었다. 천막 밖에서 망설이는 시민에게 어머니 한 분은 “먹고 가, 먹고 또 먹어”라며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주먹밥을 집어든 70대 어르신은 종이컵에 담긴 주먹밥을 한참 바라만 보고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5·18 당시에 시민군으로 활동했다는 어르신은 “시위로 한창이던 그때 금남로에 가면 어머니들이 물도 나눠주고 주먹밥도 나눠줬다. 그때 먹었던 주먹밥 맛은 잊지 못한다”라며 “망월동 묘지에 가면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이렇게 5월이 되면 눈물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42년 전에도 시민군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전달했다는 한 오월어머니는 “그때는 만들기도 쉽고 먹기도 쉬운 음식이 주먹밥이었다. 내 자식 같은 녀석들 먹여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만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아직도 이렇게 조물조물 밥 양념하고 김 올리다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42년 전이라 한참이 지났는데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