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건설 마형렬 회장 회고록(18) 몸을 던져 일하라 |
| 2022년 05월 18일(수) 14: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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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님의 회고록 '막히면 뚫고, 닫히면 열고'를 인용한 것으로, 내용 중 등장하는 이름과 장소 등을 일부 편집했음을 알립니다-
나는 가끔 사원들에게 몸을 던져 일하라고 말한다. 이는 사장이기에 하는 얘기만은 아니다. 회사를 위해 열정을 쏟으면 자신에게도 분명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광건설 시절은 내 젊음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락을 네 개씩이나 싸들고 다니면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에 파묻혀 살았다. 도시락 네 개 가운데 두 개는 당시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최홍의 몫이었다. 경리책임자였기에 여기저기서 접대 제의가 있었지만 응하지 않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출퇴근을 했다.
그렇다고 장사장이 특별히 챙겨준 것도 아니었다. 작은 회사가 나날이 커가는 재미로 열심히 일했다.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회사에 입사에 5년여만에 이 지역 건설업께 랭킹 10위에 들 정도로 성장했으니 당시 몇 안 되는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동광건설은 훗날 내게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오늘날 건설인으로 성공한 데는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위하곤 한다. 당시 경리책임자는 회사운영을 총괄하는 자리였기에 자금계획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맡았다. 남양건설을 인수해 총수가 되는 데는 이런 경험이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동광건설은 내 젊음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다. 업무와 아무런 상관없는 사장의 가정문제로 현장으로 내밀린 적도 있고 회사를 위해 업무를 강행하다가 외부의 압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때마다 나를 보호해주기는 커녕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
강진 도로건설 현장의 상무로 일할 때의 일이다. 도로확장 공사를 하면서 모내기를 끝낸 논을 파헤쳤다가 말썽이 빚어진 것이다. 비싼 임대료를 주고 장비를 빌려 놓았는데 모를 심어버리면 가을걷이 때까지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회사는 큰 손해를 입어야 했기에 일을 강행했는데 농민들이 당시 모 국회의원에게 진정해 사건화된 것이다. 당연히 사장이 나서 해결해야 할 일이나 장사장은 나를 강진 농조 조합장에게 보냈다. 조합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농민들에게 배상을 한 뒤에 도로를 개설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개설 문제만 하더라도 농지보상이 끝났으니 당연히 소유권은 국가기관에 귀속되어있다고 보야아한다. 그런데도 무작정 모내기를 하고는 그 해 수확량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 뿐인가. 행정기관이나 경찰서, 지방언론사의 자잘한 간섭도 현장 책임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비위를 다 맞추다가는 회사를 말아먹을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일이 크게 줄었다.
나는 이런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기에 훗날 사원들의 바람막이가 되려 노력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가끔은 혹독해질 때도 있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모든 것을 내가 나서서 해결해준다. 또 열심히 하려다 저지른 일이면 가급적 책임도 묻지 않으려 했다.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가끔씩 현장을 돌며 그들의 애로를 해결해 주곤 했다.
언젠가 미국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국인들은 맡겨진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는 가혹하지만 열심히 일하다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폭넓은 아량으로 감싸준다는 것을. 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스스로 개척해 큰 성과를 거두었을 때 엄청난 보상을 해준다는 것도. 그 미국인은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열심히 하려다 저지른 실수도 인정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창의적으로 일한 사람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무사안일이 팽배하다고.
그 미국인의 지적은 정말 예리했다. 그러한 지적은 회사를 운영하는 내게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 물론 모든 결정은 오너인 내가 했지만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열심히 일하다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너그러울 때 사원들의 사기가 크게 진작된다는 사실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