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5·18 헌법 전문’ 우회 언급 유감

2022년 05월 18일(수) 20:05

5·18광주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피로써 지켜낸 항거를 기억하고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며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다”고 밝혔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의 기존 입장을 우회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까지 내다봤던 광주 시민과 유가족들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윤 대통령과 새 정부 장관들, 대통령실 참모진, 국민의힘 의원 등 당정 인사 100여명은 광주행 KTX 특별열차에 동승해 이동했다. 기념식에선 자리에서 일어나 양옆으로 잡은 두 손을 힘차게 아래 위로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보수 정부로선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헌법 수록을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 이날 기념사의 내용이 흡족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강한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아울러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당부한다.

5·18 헌법 전문 수록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다. 4·19 혁명에서 시작한 대한민국 민주화는 1980년 5·18을 거쳐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미 정립됐다. 그러나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북한군 투입설과 같은 황당한 주장을 펴고 일부 보수 정당 국회의원들까지 동조하는 상황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송두리째 부정한다. 대한민국 근간이 되는 헌법 이념에 5·18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공언한 대로 5·18 정신 계승을 재차 다짐했다. 보수 정부 호남 홀대론을 불식하고 국민 통합을 위한 행보를 광주에서 시작한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이른 시일 내에 정치개혁특위를 확대해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를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42년 동안 끊임없는 왜곡과 폄훼로 고통받았던 설움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5·18이 이념 갈등을 깨뜨리고 지역 간 벽을 허무는 초석이 되도록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주도적으로 역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