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아파요” 국립 5·18민주묘지 추모객 발길 줄이어 묘소 돌며 헌화·참배…눈시울 붉히기도 김다인 기자

2022년 05월 18일(수) 20:48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민주화를 위해 한 몸 바친 영령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5월 정신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께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후 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하기 위한 이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묘역에는 이틀 전 함평군에서 5·18을 기념하기 위해 날려보낸 518마리의 흰나비들이 날갯짓하고 있었다. 날아오르는 나비 사이사이 묘역에 선 시민들은 비석에 쓰인 이름 하나, 옆에 놓인 사진 하나에 눈길을 담고 오랫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42년 전 5·18 당시 아들을 잃었다는 한 어르신은 아들의 묘 앞에 앉아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다. “이제는 말할 힘도 없다”며 묘석만 쓰다듬던 어르신은 “우리의 한을 누가 풀어줄지 걱정이다. 윤석열 정권이 앞으로 잘하는지 못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새 정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5·18 당시 20-30대 시절을 보내며 현장을 두 눈으로 보고 겪었을 60-70대 어르신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5·18 당시 조선대학교 3학년이었다는 한 어르신(73)은 “묘역에 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선글라스 사이로 눈물을 훔쳤다.

묘지를 걸으며 시선을 천천히 옮기던 또 다른 어르신(72)은 “이곳 묘역은 1년에 두 세 번 온다. 이곳에 내 친구들이 참 많다”라며 손가락을 접어 바로 앞 묘지부터 왼쪽 끝까지 가리켰다. 어르신은 “5·18 당시에 경상도에서 교사를 하느라 함께 하지 못했다. 보고 싶은 이들이 참 많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친구와 함께 검은 정장을 입고 찾은 젊은 대학생들도 있었다. 검은 모자와 검은 원피스 차림으로 참배를 하던 한 학생은 “5월이면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우리가 지금 민주주의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은 5·18 당시 목숨 바쳐 희생했던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두 손을 모았다.

부모님 손을 잡고 현장을 찾은 어린 아이도 있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한껏 멋을 낸 아이는 묘역 계단을 총총걸음으로 디뎠다. 아이 부모는 아이와 함께 묘역을 한 바퀴 돌며 5·18에 대해 설명했고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광주 북구 두암동에서 묘역을 찾았다는 한 시민(60·여)은 가슴이 아파 그간 묘역에는 한 번도 찾아오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 5·18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했지만 현장을 목격했고 탱크가 들어선 것도 봤다”며 “그때를 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프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