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복섬 / 김옥종

2022년 05월 22일(일) 19:25

김옥종

시래기 쫄복국의 가사리 고명처럼
내 오늘 끈적끈적 허니 물밑에서부터
엉키다가 더욱 부적절해지리라
속을 보듬고 냉기를 돌려보내면
온전히 벗은 몸으로 부끄러워하리라
만족시키지 못한 혀끝에 누워
내성을 가진 척 버텨 보아도
너의 치명적인 것은
독이 아니라 애정이었으니
(시집 ‘민어의 노래’, 휴먼앤북스, 2020.)

[시의 눈]

복어는 ‘복섬’이 원래 이름입니다. 복어가 사는 섬(島)인 듯도 해 언어유희가 일어납니다.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점심 복탕을 먹습니다. 얼마 전 난 컴퓨터 해킹을 당해 맨붕이 됐지요. 위로 겸 속풀이 탕을 사준 대서 왔어요. 난 수없이 올라온 그 울화를 ‘콩나물 복국’으로 뜨겁게 씻어냅니다. 참 속 답답해 법성포 쫄복탕이 생각났더랬지요. 허하고 냉할 땐 뜨끈하고 개운한 맑은 탕의 이 복국은 그만입니다. 뭐 술이 사람마저 마신 뒷날엔 더 딱이더군요. 내 속의 ‘냉기를 돌려보내’는 그 열에 뜬 복 등이 ‘부끄러워’합니다. 이 맛에 종종 독을 퍼뜨려 찌든 구석구석을 헹궈내지요. 이제 몸은 땀의 무덤이 됩니다. 그가 달구는 애정의 독에 빠져갑니다. 혹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복은 복(福)의 국일 듯해요. 이 복집엔 넥타이를 반 뼘 쯤 푼 직장인들이 붐빕니다. ‘어, 자네도 왔어, 또 술 타작했나 보이!’ 그 인사말 사이로 잊었던 ‘랜섬웨이’가 머리를 탁 칩니다. 순간 뜨건 국물을 들이킵니다. 해킹 당하려 하는 몸을 막으려고요. 김옥종 시인은 신안 지도에서 나, 2015년 ‘시와경제’로 등단했고, 현재 전업요리사로 일합니다. 조리 관련 이미지를 상상력의 공간에 배치하는 그는 한때 K1 격투기 선수로도 활약한바, 주먹·요리·시를 연결해내는 특별한 시인입니다.<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