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못 끼운 '5·18보상법'](4·完)향후 전망과 과거 청산 위한 과제 내달 23일 집단청구소송 ‘첫 재판’…1심 판결 중요 증빙서류부터 재판까지 통과해야 할 관문 ‘수두룩’ 과거사 마무리 차원 보상법 8차 개정·특별법 요원 안재영 기자

2022년 05월 22일(일) 20:05

“민주주의 체험해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5월을 기억하고 광주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5·18 레드페스타(REDFESTA)’가 지난 21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입체 퍼즐 만들기’체험을 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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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2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5·18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이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에 따라 2021년 5월27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오월 단체들이 준비·청구한 집단 소송 역시 승소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진정한 화해’에 도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유공자들이 통과해야 할 관문은 산적해 있다.

앞서 단체들은 정신적 손해배상 집단 청구 소송을 위해 유공자 개별 간 구금기간과 보상등급, 피해의 정도가 다른 점을 고려하며 ▲보상결정서 ▲기본증명서 ▲주민등록초본 ▲위자료 증액 사정이 포함된 진술서 ▲형사판결문(보상결정서에 구속일수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을 취합했다.

또 사망한 유공자 본인을 대신해 유가족이 청구할 수 있도록 망인의 ▲보상결정서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제적등본 ▲형사판결문과 상속인들 모두의 각 기본증명서, 주민등록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받았다.

이후 단체는 2021년 11월27일 광주지방법원 및 전국법원에 집단 청구 소송을 걸었다.

그 첫걸음으로 오는 6월23일 원고 22명에 대한 재판이 오전 10시55분 광주지방법원 403호(민사 14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5·18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의 기준은 ‘적절한 배상’이기 때문에 적정한 배상의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청구인과 재판부 간의 논쟁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구속이나 중상해를 입은 유공자들이 적절한 배상을 받기 위해선 별도로 입증자료를 바탕으로 청구금액을 정하고 변론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에 따르면 유공자 대부분이 고연령층이며 법에 대해 해박한 사람이 드물어 청구소송은 법무법인이 전담해 진행한다.

그러면서 각 법인들은 ‘연좌제’로 인한 피해가 가족들에게 전가된 만큼 손해 배상 범위에 이들을 포함시키며 당초 보상금 지급에 정신적 피해가 고려되지 않아 지급이 늦어진 상황을 고려해 소송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해야 하고, 당시 보상금에 이자율을 적용해 현실에 맞는 위자료를 책정해 줄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러한 요구사항들이 반영될 경우 5·18민주유공자와 그 가족들은 42년간 도달하지 못했던 ‘진정한 화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높다.

결정문에 기재되지 않았던 고문과 후유증으로 인한 피해도 위자료 산정 요소로 고려되지 않았고,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을 시 ‘사실조회촉탁 신청’등을 통해 근거를 마련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소송의 장기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월 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국가와 개인 간 청구 이전 ‘특별법’을 통해 과거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신적 손해 배상청구와 관련해 김재용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지만 당연히 청구해야 할 권리인 만큼 국가와 재판부는 당연히 배상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사법부가 선고하는 손해배상 금액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면 2·3심까지 상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국가가 대응할 항변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아마 1심 재판으로 거의 80-90%가 결정될 걸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이번 재판으로 5·18 정신적 손해배상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국회와 정부를 통한 법률 등으로 ‘적정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법률사무소 비앤케이 부효준 변호사도 “지금의 소송의 방식으로 권리구제가 이뤄지고 있는 점이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권리구제를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해결돼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김현섭 복지국장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상담한 결과 개인별 등급도 편차가 있고 이제껏 받아온 보상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높아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이를 위해서 누락된 희생자와 정신적 피해배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8차 개정에 더불어 모두가 만족하는 법을 제정해 여태껏 마무리하지 못한 과거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