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 조준사격·사망 시민 폭도 분류” [5·18민주화운동기록관, 80년 5월 의료인 현장보고 집담회] 1980년 5월21일 총상환자 통해 잔혹 진압 구술로 밝혀 사후 보상 규모 축소 위해 폭도·비폭도 분류 작업 증언도 오복 기자

2022년 05월 22일(일) 20:05

사진출처=5·18기념재단

1980년 5월 계엄군이 시민을 향한 상체 조준 사격을 했고, 이후 보안사를 통해 보상 규모 축소를 위한 사망 시민 폭도 분류 작업이 있었다는 의료인 증언이 나왔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지난 20일 기록관 다목적 강당에서 ‘하얀 가운의 오월 시민군, 의료인 현장보고’ 집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80년 5월 당시 광주기독병원 응급실장이었던 김성봉씨가 이같이 밝혔다.

김 전 광주기독병원 응급실장은 1980년 5월21일 동구 금남로에서 자행된 계엄군의 집단 발포 과정에 의도적인 상체 조준 사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5월21일 시내쪽에서 콩볶듯이 쏘아대는 총소리가 들렸고 이어 총상을 입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도착한 총상 환자들은 대부분 허벅지 아래쪽에 총상을 입은 채 병원에 실려왔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복부와 가슴, 머리에 총상을 입은 환자들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군인들이 처음에는 훈련을 받은 대로 하체를 조준 사격하다 점점 상체를 노려 쏜 정황”이 보였고 “마치 짐승을 사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또 “전날인 20일 밤 입원한 20대 남자의 경우 좌측 쇄골 직상부에 총상을 입은 채 병원에 도착했다. X선 촬영 결과 윗가슴 뒤편에 산탄과 같은 것들이 퍼져서 박혀있었다”며 “다음날 금남로 집단 발포 당시 총상 환자들의 X선 소견도 비슷했다. 수술해 확인해보니 얇은 총알 껍질 속에 들어있던 납탄이 산산조각나면서 치명적인 상해를 입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당시 쓰러진 시민을 구조하다 총에 맞은 시민도 다수 있었다”면서 “기독병원 의사들은 3일 밤낮 계속 수술해 50명이 넘는 환자 전원을 살렸다”고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전두환 보안사가 사후 보상 규모 축소를 위해 숨진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폭도와 비폭도로 나누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문형배 당시 전남대병원 병리학과 전공의(3년차)는 “(1980년)6월3일께 검안서를 수기로 작성해 경찰 검찰청에 제출했더니 10일께 보안사에서 연락이 와 저녁께 보안대로 불려갔고, 당시 505보안대 작전참모 모 중령 등 11명이 한 방에 모였다”며 “당시 이곳에서 숨진 165명의 광주 시민들에 대한 폭도와 비폭도 분류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안사는 ‘폭도는 죄인이고 비폭도에겐 후한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며 “이에 저와 다른 민간인 대표들은 사망한 사람들이 최대한 보상을 많이 받게끔 하자는 취지로 ‘모두가 비폭도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보안사는 ‘광주교도소 인근에서 숨진 시민들과 27일 도청에서 숨진 시민들은 모두 폭도다. 21일 총상을 입고 숨진 시민도 폭도다’는 논리로 최소 100명 이상을 폭도로 몰 것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씨는 “저는 ‘총상의 사입구와 사출구를 분류해 최소한 무고한 비폭도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논쟁을 했다”고 당시를 증언했다.

논쟁에도 끝내 보안사는 “60여명을 ‘폭도’로 규정지어 버렸다”면서 “당시에는 광주 사태였기 때문에 보상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지만 ‘광주민주화운동’의 영령에 대해 개인적으로 비폭도로 규정지은 것은 죄가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