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오월영령 사죄 ‘세상 밖으로’ 전 계엄군 “짓누르는 죄책감 막심… 음모론 밝히고파” 42년만에 계엄군-유가족 화해…“당신들도 피해자” 안재영 기자

2022년 05월 24일(화) 20:29

1980년 5월 진압작전에 투입됐던 계엄군이 오월영령께 사죄하고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유언비어를 불식하고자 42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24일 오후 2시40분께 ‘연합뉴스 TV’에서 김귀삼 전 계엄군 3공수특전여단 중사는 유가족과 광주시민에게 사죄하며 그가 현장에서 직접 본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증언했다.

김씨는 “가슴을 짓누르는 죄책감과 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피해자와 유가족, 광주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1980년 5월 고향인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된 김씨는 “고향 이웃들이 ‘진압 대상’이 됐다”며 “시민군에는 친형과 동생도 있었다”고 당시를 구술했다.

김씨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었지만 시민군을 향해 총을 겨눴던 기억은 죄책감으로 남아 “5월이 될 때마다 당시 광주가 떠오른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공수여단장이 공중에 권총을 쏘며 발포 명령을 내렸고 현장을 지휘했다는 증언을 시작으로 80년 5월 당시 현장을 설명했다.

김씨는 1980년 5월20일 광주역서 만난 시민군들의 손에서 흉기는 보지 못했고 광주역 집단 발포 당시 계엄군이 옥상에서 M60 기관총으로 시민군을 향해 위협사격 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앞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이 같은 계엄군의 고백이야말로 진실을 밝히는 단초가 될 수 있어 김씨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설득했다.

김씨는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동지들에게 누가 될까봐 나오길 주저했지만, ‘계엄군을 용서하려 해도 만나러 오질 않는다’는 오월 어머니들의 한탄에 너무 부끄럽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또 5·18을 둘러싼 왜곡들은 현장의 증인만이 밝힐 수 있다는 생각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9일에도 김씨는 유가족들을 만나 머리 숙여 사죄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주관으로 전일빌딩 9층에서 열린 만남의 장에는 당시 같은 3공수여단 소속이었던 박모 전 중대장이 함께했다.

이날 김씨와 박씨는 유족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계엄군의 사죄를 42년 만에 들은 고(故)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끌어안았고, “이제라도 찾아와줘서 고맙다. 무참하게 죽어간 내 아들을 만난 것 같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어 두 계엄군은 당시 현장에서 자신들이 목격한 장면과 진압과정에서 대검으로 시위대를 찔렀던 과정 등을 증언했다.

이들의 양심선언에 유가족과 피해자 가족들은 “증언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느냐”며 이들이 가지고 있던 무거운 기억과 트라우마를 이해했다.

추혜성 5·18부상자 부인은 “그동안 우리 유족 어머니들은 용서해주고 싶어도 용서할 상대가 없었다. 비록 늦었지만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