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무색한 건설현장 잇단 사망사고

2022년 05월 25일(수) 20:14

광주광역시의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로 근로자 6명을 덮쳤던 참사가 얼마되지 않았다.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실정이다. 고용노동청은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구 임동 금남로중흥S클래스&두산위브더제니스 건설 현장에서 펌프카 붐대가 떨어져 하청업체 소속 30대 외국인 노동자 1명이 숨졌다. 당시 지하주차장 상층부 구조물에 콘크리트를 붓는 타설 작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붐 앞쪽이 꺾여 수직으로 낙하하면서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펌프카는 레미콘 차량에서 콘크리트를 옮겨 타설하는 장비다. 붐대는 콘크리트가 지나가는 길쭉한 관으로, 수평으로 50m까지 늘어난다. 경찰은 붐을 펼치는 과정에서 압송관 부분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은 펌프카 기사,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시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안전 주의 의무 위반이 드러날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이윤을 남기기 위한 다단계 하도급과 무리한 공사, 안전 수칙 위반, 외국인 불법 고용 등 불합리한 구조와 관행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건설노조는 꼬집었다. 노동청은 콘크리트 타설 관련 부문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면 광주에서 첫 사례다.

경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시행됐지만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안전보건 의무에 대한 책임을 우선으로 두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점검과 대책이 형식적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기업은 사라져야 한다. 제대로 엄히 문책해 재해를 예방해야 한다. 사고 위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관리는 부실하기만 하다. 원인부터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