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사전투표 장소 장애인 반응 ‘극과 극’ “지난 대선 때보다 좋아져” vs “화장실·경사로 문제 여전” 김다인 기자

2022년 05월 29일(일) 20:08

장애인에게 ‘불친절한’ 투표소였던 지난 대선과 달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경우 비교적 ‘친절한’ 투표소로 변신했다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장애인 화장실, 경사로 문제 등 고질적인 투표소의 문제점도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지난 28일 사전투표 둘째 날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북구 오치2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모(61·여)씨는 투표를 마치고 나오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우리 아들은 장애가 있지만 매번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번 대선 때는 불편사항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보조해 주시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 없이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장애인과 장애인 활동 보조원들은 “대선보다 좋아졌다”는 반응이다. 이들이 주로 만족도를 보였던 것은 투표사무원들의 전문성과 적극성이었다.

북구 운암동에서 투표한 장애인 김모(27)씨는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에 들어가자마자 필요한 게 뭔지,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먼저 물어봐 주셔서 어렵지 않게 투표할 수 있었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를 위해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4-25일 광주 장애인단체 회원들을 강사로 초대해 ‘사전투표 관리관 장애인 응대교육 강의’를 열고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장애인화장실과 투표소 선정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구 운암2동 사전투표소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장애인 화장실 표시가 돼 있지만 장애인 화장실이 아니었다. 서구 양3동사전투표소는 장애인 화장실이 있었지만 입구에 쓰레기를 쌓아 놓은 탓에 들어가지 못했다. 또 일반 휠체어보다 큰 전동휠체어는 진입하기 비좁아 출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지난 대선에 이어 경사가 심한 곳을 투표소로 선정한 데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날 북구 오치1동 사전투표소 선거관리원에 따르면 1층에서 투표가 진행되는 지하 1층으로 들어오는 경사로를 두고 장애인이 들어오기에 위험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해당 민원에 대해 사무원들은 곧바로 바닥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직원을 한 명 더 배치하며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했지만 투표소 진입과 진출 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경사로를 오르기 위해서는 직원 세 명이 붙어 뒤에서 밀고 끌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영준 활동가는 “지난번 대선 때도 경사가 심한 투표소 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데 다시 이런 장소를 선정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배씨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신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은 갈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원래 있던 시설을 대여해 투표소로 사용하는 만큼 투표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시설의 고질적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대선에서 휠체어 이용 유권자 사전 투표소 진입문제, 발달장애 유권자 선거 정보 확인 어려움 문제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