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選 광주 사전투표소 가보니]“뽑아봤자 그 사람이 그 사람”…유권자 외면 투표소 인적 ‘드문드문’…대기줄 찾아볼 수 없어 대선 비해 관심 덜해…미래세대 위해 투표 의지도 김다인 기자

2022년 05월 29일(일) 20:08

118세 할머니도 사전투표 6·1 지방선거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28일 오전 북구 문흥1동 사전투표소에서 광주 최고령 유권자인 박명순(118) 할머니가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투표를 하고 있다.<광주북구 제공>

“나를 위해, 내 자식과 손주들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광주를 위해 발로 뛸 일꾼 뽑아야죠.”

제8회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 27-28일, 시민들은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광주 곳곳의 투표소로 향했다.

그러나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때와 달리 투표를 위해 수십분씩 줄을 서며 기다리는 ‘진풍경’은 재현되지 않았다.

사전 투표 첫날인 27일 오전 8시30분께 찾은 남구 백운1동 사전투표소.

이날 이곳은 출근길에 오르며 소중한 한 표를 던진 일부 직장인을 제외하곤, ‘사전 투표일’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유권자의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무관심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유리문에 부착된 사전투표 안내문을 보고서야 사전 투표일임을 인식하기도 했다.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왔다가 투표를 하고 갔다는 주민 이모(42)씨는 “지방선거 투표가 다가오고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오늘이 사전 투표날인 줄을 몰랐다”며 “그래도 온 김에 투표를 마쳐서 다행이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투표 행렬은 점심시간 무렵부터 이어졌다.

점심시간을 맞아 직장동료들과 찾은 직장인 윤모(38)씨는 “대선과 달리 뽑을 사람이 많다 보니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며 “모든 공약을 꼼꼼히 읽고 투표했으면 좋았겠지만 급하게 투표한 느낌이 없잖아 있어 조금 아쉽다”고 소회했다.

반면 아이들의 교육과 직결되는 ‘교육감’ 선거가 있어 학부모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부 김진영(34·여)씨는 “교육감 선거가 있어서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공약을 읽었다”며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투표 둘째날인 28일 동구 서남동 행정복지센터에는 대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찾은 조선대학교 학생 박모(25)씨는 “투표에 별 생각이 없었지만 친구들이 하러 간다기에 함께 나왔다”며 “누가 누군지 몰라 대선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찾은 북구 운암2동 사전 투표소 인근에서는 투표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도 드러났다.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던 한 어르신은 “뽑아봤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투표하지 않는다”며 “대선때는 투표했지만 이번에는 누가 출마한지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곳의 투표관리원마저도 “지난 대선에 비해 시민들의 관심이 줄어든 게 확 느껴진다”며 “정확한 수치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1/4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 사전 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20.62%를 기록했지만 광주지역의 경우 전국 평균을 밑돈 17.28%를 기록했다.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율 48.27%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참여율을 보였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된 셈이다.

이렇듯 지방선거에 대한 지역민의 무심함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꼭 투표를 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시민도 있었다.

그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투표를 해왔다는 동구 학운동에 거주하는 70대 어르신은 “나보다 내 자식들의 미래가 달린 투표라고 생각해서 신중하게 행사했다”며 “광주 시민들이 이번 투표에 무관심한 게 이해가 되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선 지방선거 역시 관심을 가지고 투표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