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해 바래길 12코스(남파랑길 44코스)

천천히 걸을수록 더 아름답다

2022년 05월 31일(화) 19:24
남해바래길 12코스 출발지인 평산항에서는 매일 아침 경매가 이뤄진다. 평산항은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휘하 수군 지휘관 조만호가 주둔하면서 성을 축조하고 평산포라 불렀던 곳이다.
5월의 산하가 푸르다. 푸른 신록에서 왕성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5월에 떠나는 여행은 신난다.

오늘은 남해바래길 12코스를 걸을 참이다. 남해읍을 지나 평산항에 도착했다. 평산항에서는 서쪽으로 여수가 가깝게 바라보인다.

평산항에서는 매일 아침 경매가 이뤄진다. 경매장에서는 남해군 남면 해안 어민들이 잡은 감성돔, 볼락, 농어, 노래미, 장어, 숭어, 낙지, 문어 등 각종 어류들이 경매된다. 평산항은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휘하 수군 지휘관 조만호가 주둔하면서 성을 축조하고 평산포라 불렀던 곳이다.

남해바래길 12코스는 평산항을 등 뒤에 두고 경사진 마을 골목길을 올라가면서 시작된다.

골목길 돌담 틈에서 핀 노란 애기똥풀과 푸른 담쟁이가 담벼락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가천다랭이마을로 통하는 1024번 지방도로로 올라서니 평산마을과 평산항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평산마을을 이루고 있는 붉고 푸른 지붕이 잔잔한 바다와 어울려 예쁘고 정겹다.

평산항 앞바다에 떠있는 대마도라는 작은 섬이 평산마을과 평산항을 포근하게 해준다.

1024번 도로를 건너 산비탈 임도를 따라간다. 임도를 걷고 있으면 여수반도와 남해도 사이에서 잔잔한 바다를 이루고 있는 여수만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여수만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여수반도는 물론 북쪽 멀리 광양국가산업단지도 조망된다. 가까운 바다에 떠있는 대마도, 목도 같은 아주 작은 섬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산비탈에 층층이 자리한 다랑논길을 지난다. 다랑논들은 농사를 짓지 않아 대부분 묵어버렸다. 길은 오리마을 골목길로 이어진다. 오리마을 옆에는 마을 숲이 잘 조성돼 있다. 오리마을숲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팽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뤄 마을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마을 북쪽에 마을숲을 조성한 것으로 보아 오리마을숲은 방풍림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난티골프장 옆 도로를 따라 걷다가 임진성으로 통하는 산길로 들어선다.
임진성은 평산항 북쪽 105m 높이의 구릉에 쌓은 성이다.

울창한 숲길은 임진성으로 이어진다. 임진성은 평산항 북쪽 105m 높이의 구릉에 쌓은 성이다. 임진왜란 때 민·관·군이 왜적을 물리치고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쌓았다.

임진성은 내성과 외성으로 이뤄져있다. 내성은 300m 길이의 돌로 쌓은 석성이고, 외성은 흙을 이용한 토성이다. 지금은 내성만 남아 있고, 외성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옛날에는 성루를 비롯해 망대, 서당 등 여러 건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동문터와 우물만 남아 있다. 임진성은 정유재란 때에도 왜적과 싸웠던 곳으로 설흘산 봉수대와 함께 조선시대 왜적방어의 중요기지 역할을 했다.

임진성에 올라서니 여수반도와 여수만이 바라보인다. 남해바다에서 여수만을 통하여 접근해 오는 왜적을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였음을 알 수 있겠다. 임진성에서는 북쪽에 솟은 천황산이 지척이고, 산자락에 자리 잡은 몇 개의 마을과 농경지가 평화롭게 다가온다.

임진성에서 내려와 배당저수지를 지나 남구마을로 향한다. 마을 주변 밭에서는 밭일을 하는 농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잠시 남구마을 앞 도로를 지나 논 가운데로 난 농로를 따라 걷는다. 길은 잠시 숲길을 만났다가 천황산 임도로 이어진다.

길섶에 핀 하얀 찔레꽃이 진한 향기를 전해준다.

5월이면 우리나라 산천 곳곳에 피는 찔레꽃을 볼 때면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시절 밭일 하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가던 길에서 따먹곤 했던 그 꽃이 바로 찔레꽃이었다. 그래서 찔레꽃을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임도는 천황산 6부 능선까지 올라간 후 완만하게 산허리를 돌아간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 아래로 산에 기댄 마을과 농경지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남쪽으로 향하던 임도가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자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천황산 남쪽 비탈에는 곳곳에 너덜이 있는데, 시야를 가리지 않는 너덜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좋다.

너덜 한 가운데에 세워놓은 정자에서 보는 풍경은 압권이다. 정자에 올라 바다와 섬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화를 바라보며 여행의 여백을 즐긴다.
천황산 임도에서 바라본 전망. 평산항과 해변에 자리한 아난티골프장의 푸른 잔디, 해변을 감싸고 있는 남해의 산봉우리들이 푸른 바다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이 됐다.

남해바래길 12코스 출발지인 평산항과 해변에 자리한 아난티골프장의 푸른 잔디, 해변을 감싸고 있는 남해의 산봉우리들이 푸른 바다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이 됐다. 남해도와 바다가 어울려 만들어진 풍경화는 남쪽 멀리 돌산도와 금오도 같은 여수지역의 섬들까지 결합돼 그림의 완성도를 높였다.
임도는 조금씩 고도를 낮춰가고 바다와의 거리도 점점 가까워진다. 편백나무숲길을 지날 때는 그윽한 편백 향기가 온몸에 스며든다.

여수 앞바다에 떠 있는 오동도와 여수시내 건물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손짓을 한다. 바다와 섬이 만든 풍경에 취해 걷느라 자꾸만 걷는 속도가 늦어진다. 천천히 걸을수록 아름답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임도는 조금씩 고도를 낮추어가고 바다와의 거리도 점점 가까워진다.

편백나무숲길을 지날 때는 그윽한 편백 향기가 온몸에 스며든다. 편백나무 임도를 지나자 남해바래길 12코스 종점인 남해스포츠파크가 지척이다. 장항마을을 이루고 있는 가옥들이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장항해변은 남북으로 600m 길이의 몽돌로 이뤄진 해변이다.

장항마을 앞 도로를 지나 장항해변으로 나아간다. 장항해변은 남북으로 600m 길이의 몽돌로 이뤄진 해변이다.

남쪽에 장항항이 자리하고 북쪽으로는 몽돌해변을 이뤘다. 장항해변 앞으로 여수만이 푸르게 펼쳐지고, 여수만 너머로 여수반도의 산들이 손짓한다.

활엽수와 소나무로 이뤄진 장항숲이 장항해변을 감싸고 있다. 장항숲이 낮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해질녘에는 일몰명소로 바뀐다.

여수반도의 산줄기를 넘어가며 여수만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은 평화롭고 안온하다. 장항숲에서 많은 사람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장항해변과 장항숲 주변에 요즘 식당과 카페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장항해변을 지나자 남해스포츠파크가 등장한다. 남해스포츠파크는 축구와 야구의 선수단 훈련캠프와 대회유치를 위해 만들어졌다. 국제규격의 잔디축구장과 인조축구장, 테니스장, 야구장, 실내수영장, 풋살경기장을 갖춘 체육시설과 중앙공원, 체력단련장으로 구성돼 있다.

남해스포츠파크에서 빨강색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서 남해바래길 12코스 걷기가 마무리된다.

해변에는 서상항이 자리하고 서상항 안쪽에 서상게스트하우스와 서면보건지소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준다.

※여행쪽지
▶남해 바래길 12코스는 해변 산비탈 임도를 걸으면서 바라보는 바다와 섬 풍경이 아름다운 코스다. 임진왜란 당시 축성되어 지역을 수호했던 임진성에 올라 우리 역사의 아픔과 선조들의 애국혼을 느껴보는 것도 이 코스의 매력이다.
▶코스 : 남해바래길 작은미술관(평산항)→오리마을→임진성→남구마을→천황산임도→장항해변→남해스포츠파크
▶거리, 소요시간 : 13.5㎞, 5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남해바래길 작은미술관(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1739번길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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