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날 영면에 든 ‘5·18 사형수’

2022년 05월 31일(화) 19:38

1980년 광주5·18민중항쟁 주동자로 지목돼 사형 선고를 받은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영면에 들었다. 올해 42주년 기념행사에서 “80년 5월은 도래하는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됐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며 산자들의 책임을 당부했는데, 급작스런 비보에 시민들은 애통해 하고 있다. 큰 별이 졌다. 황망함을 금할 길이 없다.

광주에서 태어난 정 이사장은 1964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맡아 이듬해 한일 국교 정상화를 ‘굴욕 외교’라고 지적하며 반대 투쟁을 이끌다가 구속, 제적됐다. ‘서울의 봄’을 맞아 전남대에 복적했으나 5월17일 비상계엄 확대로 인한 예비검속에 걸려 육군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견뎌야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수괴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1982년 말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 이후 1984년 전남대에 두 번째로 복학, 그해 가을 학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다음해 5·3 인천사태 주동자로 구속돼 다시 3년간 옥살이를 했다. 1989년에는 조선대생 이철규 사인 규명과 관련돼 또 구속되는 등 30-40대를 감옥에서 보냈다.

이용섭 시장은 “서슬 퍼런 유신독재 탄압도, 1980년 신군부의 참혹한 군홧발도 민주주의를 향한 간절한 염원과 의지를 꺾지 못했다. 평생 추구해온 민주주의와 광주 발전의 큰 뜻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이어가겠다”며 시민과 함께 마음 깊이 애도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본인의 무죄를 증명하거나 광주 시민들의 아픈 상처, 명예회복을 얘기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광주 시민들의 피맺힌 절규를 국민에게 전달하려 이 자리에 나온 것입니다.” 정 이사장은 1988년 국회 광주청문회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을 폭로했다. 아직껏 밝혀지지 않은 미완의 진실을 캐내는 일, 5·18정신 헌법수록까지 남은 사람들의 몫으로 남았다.

이 땅의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위해 걸어온 숭고한 삶은 온 국민의 가슴에 잊히지 않을 등불로 살아있다. 5·18 진상규명과 인권운동에 몸과 마음을 바친 정 이사장은 이제 동지들의 곁에 잠들었다.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