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동 붕괴 참사’ 1주기](상)사고 원인·복구 상황 고질적 건설현장 병폐가 부른 人災…철거 ‘올 스톱’ 오복 기자 |
| 2022년 05월 31일(화) 20:19 |
|
지난해 6월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철거 현장에서 건물(지상 5층·지하 1층 규모)이 시내버스 정류장 쪽으로 붕괴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무리한 철거 방식과 감리자·원청(현대산업개발)·하도급 업체(하청, 재하청, 재재하청) 등 안전 관리자들의 주의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1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를 통해 브로커들이 입찰 담합 행위에 관여, 철거공사비 단가가 기존 50억원에서 재재하청으로 9억원까지 줄어든 것을 확인했고, 이는 부실 철거와 불법재하도급으로 이어져 참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이에 건물이 무너진 물리적 원인 뿐 아니라 철거 공사 수주 불법 재하도급 등 철거공사 전반의 비위를 들여다봤다.
지난 2018년 2월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은 일반건축물 철거에 대한 하청을 한솔기업에 맡겼다. 하지만 한솔기업은 백솔건설에 이를 재하청했고, 백솔건설은 또다시 아산산업개발에 하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조합은 석면 및 지정물 철거에 대한 계약을 다원이앤씨와 계약을 맺었고 다원이앤씨는 백솔건설에게 재하청을, 백솔건설은 다시 아산산업개발에 재재하청을 맡겼다.
이때 한솔기업과 다원이앤씨는 이면계약을 체결하면서 브로커 2명이 개입해 서로 공사를 밀어주기로 암묵적 합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장 공사 공정 관리를 맡은 감리자는 단 한 차례도 현장 감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업체는 동구청에 제출했던 해체계획서(위에서부터 철거하는 방법)를 준수하지 않고 막무가내식 철거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고, 현산은 다단계식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철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안전관리와 건설기본법 등 위반사실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사건은 광주지방법원으로 넘겨져 참사 1주기를 맞은 지금까지 법적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사고 발생 이후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광주 동구청은 사고 발생 직후 공사 중지명령을 내렸으며, 지난 3월8일 조합측의 중지명령 해제 요청에 따라 3월18일 사고 발생 9개월 만에 조건부로 중지명령을 해제했다.
동구가 제시한 조건은 ▲시공사의 해체 계획 수립 등 안전대책 점검 ▲공사장 동영상 녹화 ▲새 철거업체 선정 후 안전 관련 회의 개최 ▲해체 감리자 안전계획 수립, 현장 배치 근로자 조직도·도급·상주감리계약서 확보 등을 골자로 한다.
현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은 붕괴사고 건물의 벽체 일부와 담장을 포함해 기존에 있던 600여개 동 중 42개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중 8개 동은 보상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허가 접수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나머지 34개동은 동구에 철거 신고가 접수됐지만 공사 중지명령으로 인해 지하와 기초부분 철거가 진행되지 않았다.
조합은 이 건물들의 철거 인허가를 받기 위해 동구가 내건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추가적 사업 진행 의향을 나타내거나 관련 공문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철거가 재개되고 철거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사고 발생 이후 현행 건축법 강화와 올해 8월 이후 이뤄지는 개정 강화로 학동4구역 재개발은 기존보다 까다로워진 해체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사고 이후 별다른 진척 상황이 없는 상태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선결 과제가 해결돼야만 공사 재개를 승인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광주시와 동구는 6월 9일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붕괴 참사 1주기 추모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